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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법 도입 10년…‘失名’ 위기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4-20 17:04

FIU 이어 국세청도 정보 집중 의무화
  국회 “단독으로 정보 취득” 법개정 추진

금융실명거래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부의 산하 각 부처는 물론 국회 등에서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집중하고 있거나, 거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법 개정과 금융계 및 학계의 전문가들은 해당 기관에서 담당하는 업무의 편리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금융실명거래법의 제1원칙인 비밀보장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실명거래법이 당초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개정 내지 변형되고 있다. 법상에 명시된 비밀보장의 원칙은 물론 금융거래정보의 제공 및 이용에 관한 제한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세청에 고액현금 입출금 내역을 통보하게 된 것과 관련 금융권의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혐의 내지 불법 금융거래의 내용이 보고토록 돼 있어서 국세청이 추가로 정보를 집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융실명거래법상의 ‘세무관서장이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경우’에 국세청장이 금융기관의 장에게 일괄조치가 가능토록 돼 있어서 추가로 고객 현금 거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자신의 거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경험적으로 거액금융 거래 중 불법, 탈법거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적발하기 위해 다수의 선량한 고객을 범죄자 선상에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 국정활동에 있어서 제약을 받고 있다면 금융거래 정보를 직접 취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국정조사위원회 등 금융거래정보가 필요할 때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정보를 얻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간의 형평성 차원은 물론 국회가 국정을 감시 비판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총족시켜 주어야 하는 측면에서 현행규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은행 준법감시실장은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진다는 믿음이 금융거래의 신뢰”라며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가 당리당략 차원에서 이용되거나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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