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김 행장은 외신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김 행장의 발언을 보면 마치 정부의 인사가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라크전 참전은 잘한 일이다”.“나라면 전투병까지 파병했을 것이다”
“은행이 앞장서 자본시장을 살려야 한다” 등등.
지난해까지 강하게 정부정책을 비판해 오며 날카로운 지적을 날리던 김행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정권도 바뀌고 정부의 경제정책도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김행장이 항상 강조해오던 금융기관 민영화와 자율시장 경쟁에 대한 소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평소 주주가치를 최우선 덕목으로 강조하던 김행장 답지 않은 처신이 정부의 간섭 때문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행장은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 행장은 “정부가 지분이상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간섭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최근 국민은행은 카드채 지원을 위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성을 떠 안았다.
두 번째로 많은 자금부담을 안은 우리은행(4900억원) 보다 무려 두배가 넘는 숫자다.
이에 금융계에서는 최근 국민카드 증자 참여 등으로 타행에 비해 몇배 가까운 부담을 떠안게 된 국민은행에서 강력한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민은행은 집행 임원만이 참석하는 경영협의회를 거쳐 분담금 조성안건을 통과 시켰다.
다른 은행들이 사외이사까지 모두 참여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분담금 출연을 결정한 것에 비하면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친 셈이다.
이를 두고 평소 이사회 강화와 투명 경영을 강조해온 김행장 답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합 이후 국민은행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결산은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실적제일주의’를 외치며 CEO주가라는 말까지 등장시켰던 김정태 행장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김 행장은 상반기중 연체율이 안정되고 하반기에는 국내 경기가 좋아져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은과 IMF는 국내 성장율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김 행장과는 상반된 전망들이다. 과연 누구의 전망이 맞을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큰 장사꾼 김정태’라는 책이 상당한 인기라고 한다.
또 정부정책에 질질 끌려가다 대규모 부실채권을 끌어안은 채 자멸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민은행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금융의 별’ 국민은행이 진정 샛별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 ‘자만’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김정민 기자 j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