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현행 상법 및 증권거래법의 규정만으로는 회사채 발행기업을 제도의 취지대로모니터링 할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이 법령들의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국내 금융시장 전체를 요동치게 했던 대우채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은 급변하여 무보증 회사채가 주를 이루고 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보증부 회사채의 비중은 전체시장의 절반이 훨씬 넘었지만 현재는 무보증 회사채가 95% 이상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증부 회사채가 주종을 이루었던 과거에는 대우채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 발행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채권자 보호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무보증채가 주종을 이루는 현재의 회사채 시장 하에서는 채권자 보호가 더 절실한 실정이며 특히 평상시에 회사채 발행기업의 재무상태를 감시하는 기능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현행 상법은 채권자의 보호를 위해 채무기업을 감시하도록 회사채 수탁회사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수탁회사의 자격요건을 회사채 인수업무를 담당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발행회사의 위임을 받아 회사채의 발행과 모집을 담당하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은 위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개연성이 큰 데다 이러한 회사채 인수 금융회사가 채권자 보호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수탁회사를 겸하게 된다면 이는 이익 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 신규투자자금 수요도 없는 실정”이라며 “지금처럼 회사채 인수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자금을 빌려쓰는 발행기업이 우월적 지위에 서기 때문에 인수회사가 채권자보호기능을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지난 해 정부 당국은 수탁회사에 대한 발행기업의 재무현황 보고 의무를 강화하는 등 일련의 제도 정비를 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수회사가 수탁회사를 겸하도록 하는 상법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
미국의 신탁증서법은 채권투자자보호만을 전담하는 채권수탁자(Corporate Trustee)를 회사채의 공모 발행시 반드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일본도 2000년대 초반 법률개정으로 인수회사가 수탁회사 를 겸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회사채 시장에도 미국의 채권수탁자와 같은 전문수탁회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 취지는 공감하지만 회사채 인수 관련 수수료 수준이 매우 낮은 현재 상황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관련 마진이 별 볼일 없는 현 상황에서 전문수탁회사까지 낀다면 남는 게 없는 시장이 돼버려 오히려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