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생명의 녹십자 앞 매각이 대신증권에는 호재라기보다 오히려 악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생명 부실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인데다 녹십자가 일약 대신증권의 2대주주로 급부상함으로써 경영권 방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대신증권은 대신생명 부실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책임 문제 때문에 장외파생상품 겸업이나 일임형 랩 어카운트 등 신규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기사 7면
금감원 감독규정에 따르면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주요출자자에 대해서는 선물업, 장외파생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등 겸업 업무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장외파생업무 겸업 인가 신청을 가장 먼저 냈지만 대신생명 부실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신규업무가 불가하다는 금감원의 입장 때문에 대신증권은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대신증권 한관계자는”다행히 장외파생상품 업무나 투자일임업이 아직은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지 않아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측은 대신생명이 녹십자로 매각돼 정상화 된다 하더라도 대주주였던 대신증권의 책임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신증권이 책임져야 할 규모는 대략 300억원. 대신생명 총 부실 1200억원 중 당시 대신증권이 대신생명 지분으로 가지고 있었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은 대신증권이 증금채를 대량 매입해 책임액인 300억원만큼의 매매손을 보고 즉시 되파는 것이다.
대신증권 한 관계자는 “증시가 침체된 상태에서 300억원이란 거금을 부담하기에는 시기상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대신생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후순위채 700억원도 매각후 대신생명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돌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대신생명 인수 방식이 자산 부채 이전 방식(P&A)이기 때문에 부실자산은 그대로 남아 청산절차를 밟게된다. 따라서 대신증권은 과거 대신생명에 대한 후순위 채권자일 뿐이지 녹십자가 인수하는 대신생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채권 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700억원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떠 안게 됐다. 다만 대신증권은 80%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쌓아 둔 상태이므로 결국 140억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들게 된 것이다.
또한 대신증권의 경영권도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신생명 인수로 녹십자가 대신증권의 실질적인 2대주주로 부상했고 지분율 차이도 1%에 불과해 오너 입장으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군다나 녹십자의 관계사나 다름없는 한일시멘트의 자금력까지 가세한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