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펀드 대량환매사태로 인해 이탈한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글로벌 분식회계로부터 촉발돼 카드채 부실로 가속화됐던 펀드 대량환매로 인해 직접금융시장을 이탈하는 자금이 크게 늘어나자, 증권사들이 이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일부 마진을 포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우량한 카드사의 만기가 비교적 짧은 ABS를 대상 채권으로 해 RP(환매조건부 채권) 제시수익률을 대폭 높여 자금을 유인했다.
지난 21일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한 이번 RP 매출은 미래에셋증권이 펀드로부터 이탈하는 자금을 미리 흡수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거의 노마진에 가깝게 판매했다.
제시수익률은 1~15일짜리가 4.1%, 16~30일은 4.5%, 31일은 5%로 대상채권인 ABS 수익률과 비교해보면 마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 불안 때문에 투자자들이 확정금리형 상품인 RP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판매한 지 단 몇 시간만에 물량이 동이 났고, 신규고객들마저 RP 매매를 요구할 만큼 호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지만 RP 매출은 회계처리상 부채계정으로 잡히기 때문에 무한정 판매를 할 수는 없어 물량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또 RP매출이 지나칠 경우에는 기존 펀드로부터 이탈한 자금이 신규 펀드로 옮겨가 자금이 선순환되는 것을 방해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기 때문에 금융상품 담당자들은 이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지금까지 미래에셋이 판매한 RP는 총 300억원이다.
대우증권도 RP매출 확대를 통해 펀드 이탈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환매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11일부터 30일미만짜리 RP에 한해 제시수익률을 기존의 3.0%에서 3.7%로 대폭 올려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에 따르면 19일까지 총 450억원의 RP 매출을 올렸다.
삼성증권도 이번 주부터 제시수익률 인상을 통해 RP 매출을 늘려 펀드 이탈자금을 흡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한 관계자는 “펀드 이탈자금 흡수를 위해 RP 매출 뿐만 아니라 국고채, 중기채 등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수익률이 높은 채권들을 적극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LG투자증권은 종금 상품인 발행어음, CMA(어음관리구좌)를 적극 판매함으로써 펀드를 이탈하는 자금을 최대한 흡수하고 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