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우·현대사태 등으로 대량 환매사태를 겪었던 국내 투신사들이 이번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여파로 인해 또 다시 환매사태에 봉착함에 따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때마다 대량 환매사태로 투신사들이 홍역을 치르는 이유에 대해 MMF(Money Maket Fund)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주장한다.
특히 MMF의 잔존만기, 당일환매제 등의 제도적인 문제점과 투신사들의 과당경쟁 등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추후 이 같은 대량 환매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MMF의 잔존만기는 120일로 BBB-급 회사채까지 투자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MMF의 잔존만기를 선진시장 수준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시장의 MMF는 잔존만기가 90일 이내며, 국공채를 비롯한 AA급 초우량물에 대해서만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투신사들이 만기가 긴 채권을 MMF에 편입시킬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청할 경우 미스매칭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도 MMF 시판당시 잔존만기가 180일로 규정돼 있었으나 지난 2002년 8월 금융감독위원회 규정개정으로 120일로 줄었다. 그러나 대량 환매사태가 발생할 경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현행 120일로 규정돼 있는 MMF의 잔존만기를 100일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현행 환매방식인 당일환매제도 대량 환매사태 발생시 투신사 유동성 위기와 수익자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일환매제는 투자자가 환매를 신청할 경우 환매청구일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환매를 해 주는 것으로 정부는 그 동안 이 같은 당일환매제가 자칫 수익자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익일환매제 전환을 검토해 온 바 있다.
그러나 투신업계가 익일환매제는 MMF상품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규정개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당일환매제가 계속 시행될 경우 투자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환매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투신사의 유동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자 불평등도 초래할 수 있어 익일환매제의 조기 시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증시전문가들은 MMF의 이 같은 제도적 결함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투신사간의 과열 경쟁이라고 지적한다. 투신사의 MMF는 다른 투자신탁상품과 달리 CD나 CP(기업어음) 등 단기금융자산에 자금이 집중 투자돼 수익률이 높으며, 언제든지 환매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의 단기자금운용수단으로 MMF가 각광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이처럼 MMF가 개인 및 기업의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상품으로 부상하기 시작하자 투신사들은 과도한 수익률을 제시하는 한편 이를 위해 단기 채권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MMF에 장기채권을 불법적으로 편입시키는 등 위험을 자초해 왔다.
특히 중소형 투신사의 경우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해 과도한 자금을 MMF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발생될 수 있는 환매사태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다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또 다른 대량 환매사태를 막기 위해선 투신사들의 건전한 MMF운용은 물론 그 동안 투신업계의 반발로 미뤄져 오던 규정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