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들이 대출금리를 앞 다퉈 인하하는 등 유가증권 담보대출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경쟁이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초부터 유가증권 담보대출을 위한 1개월 이상 예탁 제한 규정이 없어지는 등 증권사들에 대한 관련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증권사들은 잇따라 새로운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기존 대출상품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담보대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LG투자증권의 경우, ‘ifLG 스탁론’의 대출금리를 오는 3월말까지 0.5%p 인하한 연 7.0~9.0%를 적용키로 했다.
또 대신증권도 ‘스피드론’의 대출금리를 1%p 내려 LG투자증권과 같은 수준으로 낮췄다.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는 6%대 금리 대출상품도 속속 출시돼고 있다.
교보증권이 최저 6.5% 대출금리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동양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저인 6% 대출상품을 내놓았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유가증권 담보대출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체계적인 담보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은 부동산 등 기타 자산과는 달리 자산 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커 담보에 대한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담보대출을 하고 있는 증권사들 중에 담보증권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는 증권사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계적인 담보관리를 위해서는 담보자산에 대한 일일정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데 증권담보대출에 대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시스템을 구축해 전산 및 인력비용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그 대안으로서 담보유지비율을 일률적으로 170% 이상으로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즉 대부분 증권사들은 담보로 설정된 유가증권의 시가총액이 대출가액의 170%대로 떨어지면 약관에 따라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을 회수할 수 있게 해 두고 있다.
증권사 한 마케팅 담당자는 “담보유지비율을 170%로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증권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출채권의 부실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이러한 대출 행태는 자칫 해당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등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요즘처럼 하락 장세가 지속되는 때에는 170% 담보유지비율은 단 몇일만에 도달할 수 있어, 빌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몇 일만에 기한이익을 상실하고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만약 이것이 주식매입자금대출이라면 투자자는 주식을 매입한지 몇 일만에 주가손실에 매매수수료까지 부담한 채 주식을 처분당하는 꼴이 되고 말아 자칫 해당 증권사에 대한 해당 고객의 로열티는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증권사들이 일일정산시스템 등 담보관리시스템의 구축은 외면한 채, 대출금리만을 낮춰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대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며 “또한 담보유지비율을 고객신용에 따른 차등없이 일률적으로 170% 이상 보수적으로 책정함으로써 잦은 반대매매를 일으키는 것은 증시부양이라는 증권담보대출의 순기능을 상실케 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