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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에 또 있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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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3-01-12 21:10

[김병규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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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깃발의 모양을 보면 대 부분이 그림으로만 돼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국기만은 다르다. 그림과 함께 두 단어의 글귀가 새겨져 있어 궁금증을 갖게 한다. ‘PLUS ULTRA’. ‘저 건너에 또 있다.’ ‘보다 먼 세계로’라는 뜻이다. 방패 문양 위의 왕관을 헤라클레스 기둥이 양쪽에서 떠받치고 있고 이 두 기둥을 에워싼 두루 마리에 이 명구가 새겨져 있다.

스페인 국기에 이 말을 새겨 넣도록 한 사람은 스페인의 유명한 여걸 이사벨라 여왕이다. 그가 왕으로 등극할 무렵인 15세기 스페인의 사회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돼 있었다. 알콜 중독자들이 거리에 범람했고 삶의 의욕을 잃거나 생활에 지친 시민들로 인해 나라 전체에 활기가 사라진 것처럼 비쳐졌다고 한다.


이 ‘표어’통해 꿈과 희망 심어 줘



이사벨라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나라전체에 대 변혁을 가하기로 하고 모든 부문을 재정비하는 일에 착수했다. 요즘 쓰는 개혁이란 말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국민들을 괴롭혀온 궁중제도를 뜯어고치는 것부터 착수했다. 오랜 세월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군림해온 군사(軍事)제도도 대폭 개편했고 세제개혁도 단행, 국민의 조세부담이 공평하게 되도록 재조정했다. 일종의 무혈혁명을 전개하듯이 나라전체의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대 개혁을 단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개혁이든 변화든 그것만으로 끝나선 안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이사벨라는 현명한 여왕이었다.

이 때 만들어진 표어가 바로 이 명구다. ‘저 건너(지브로올터 해협 너머)에 (우리가 정복해야 할 광활한 대지가) 또 있다.’ (이 목표달성을 위해 우리 모두가 다 함께) ‘보다 먼 세계로’ 나가자고 온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사벨라 여왕은 콜럼버스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신 개척지를 향해 떠나도록 적극 종용했다. 뒤이어 많은 스페인 선단들이 신대륙을 향하도록 계몽하면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이 무렵에 주조한 동전에도 이 명구를 새겨 넣도록 하여 신 개척지 정복을 국가적 목표로 삼은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저 쪽에 또 있다’는 묵시를 통해 새로운 이상을 심어 주고 민족적 진로의 등불로 비치도록 했다. 나아가 국민들의 안목을 깊게, 또 넓게 하도록 일깨우는데 힘을 쏟았다. 선박건조 비용도 어렵지 않게 모금할 수 있었다. 미지의 신천지를 향했던 선단들이 목적지에 도착, 그들의 사명을 이루어 냄으로써 갈래갈래 분열돼 있던 에스파냐를 정신적으로 통일하면서 꿈과 이상을 하나로 모으고 영광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예 드높이고 국부 창출에 힘 모아야



중남미 대륙의 정복을 통해 새로운 식민지를 쟁취함으로써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한편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금은보화(金銀寶貨)가 나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국부(國富)도 쌓게 돼 짧은 기간에 국력이 크게 부강해지는 역사의 대전환기를 맞았다.

국민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 주는 시대가 돼야 한다.

새 정부의 업무추진이든 은행합병이든 엉성하게나마 어우러져 온 국민의 의식과 힘이 조각나는 방향으로 개혁과 변화가 진행돼선 곤란하다. 많은 동조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새로움의 창조가 수반되는 것이어야 한다.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새 시대의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 위법은 엄하게 다스리되 기업들이 편안하게 경영을 해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는 ‘현재’를 어떻게 기록할까 등을 깊이 생각하고 대응해 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또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저 건너엔 또 있는 법’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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