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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컬럼] 除夜에 비친 금융未濟들

김병규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12-28 19:12

새 대통령이 펼칠 국정운영이 어떤 스타일로 전개될까 관심을 갖는 사이 올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싶다. 경제는 외형적으로 호황 비슷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 과정에서 빚어진 후유증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가 된 신용카드 대금 연체자 처리가 그 한 예다. 위축된 국내경기를 되살리려고 시도한 카드사용 확대조치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갖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됐다. 어떤 형태로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되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관계자들의 고통이 클 듯하다.

그러나 새 해엔 국내경기가 올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니 당면한 난제들을 풀어가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전경련이 국내 50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장과 기획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은 71.4%에 달했다. 이들의 전망처럼 내년경기가 나빠질 경우 미결상태로 이월되는 각종과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금융계를 더욱 암울하게 느끼도록 만든 것은 내년 국내경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의 전경련 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새해 기업경영에 미칠 최대 변수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마디로 새 정부가 어떤 경제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전체의 27.5%를 차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이어 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18.6%, 미국경제의 향방 16.7% 順) 쉽게 말하자면 앞으로 어떤 모습의 경제정책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신경을 곧추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인수팀 ‘진보’ 성향에 과민반응



정권 인수팀 구성원들의 명단이 밝혀지면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절정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경제계가 보는 우려의 시각은 세 가지 요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첫째, 무엇보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보’ 성향의 인사들로 편중된 듯 보이는 인수팀 구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는 학계출신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고, 셋째는 소장파들의 대거 등장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 가운데 둘째 셋째 것들은 정권구성 초기에 의례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계 인사들은 ‘진보’라는 말 자체에 대해 과민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DJ는 정권초기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이라는 용어를 자주 썼다. 이에 비해 새 대통령 당선자는 ‘재벌개혁론’을 자주 언급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그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견해다.

새 정부가 조정해야 할 경제정책 가운데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는 경제운영의 자율성을 좀더 폭넓게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금융감독업무의 재조정을 꼽을 수 있다. 새 정부도 이를 심도 있게 검토키로 했다고 하여 기대가 크다. 거기서 멈춰선 곤란하다. 어떻게 해야만 시장의 동향을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는 통화신용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감독권조정의 핵심이 놓여져야 한다.



외형적 합병보다 내부통합 중시해야



또 중요한 것은 은행의 합병문제다. IMF사태 이후 지난 5년 동안 은행합병이 수없이 많이 논의되고 실제로 합병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합병의 효과를 측정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의 합병을 지속할 것인가를 점검할 때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합병이 숫자상 자산규모만 가감하는 외형적 합병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금융기관의 종사자들은 IMF사태를 거치면서 은행에서 서비스가 사라졌다는 불만의 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경청하기 바란다. 일부 창구에서의 현상이지만 고객을 무시하는 행태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권리 찾기 집단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손익에 따라 움직이는 상업기관이지만 동시에 공공성도 저버릴 수 없는 특수기관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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