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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컬럼] 한미관계 성숙하게 대처하길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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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2-14 19:43

항의시위 線을 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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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륙에 청교도들이 이민 올 때부터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 근저를 형성해온 하나의 사상적 뿌리가 있다. ‘명백한 운명(The Manifest Destiny)’이라는 말이다. 역자에 따라선 ‘천명(天命)의 계시’ 등 다양하게 번역하고 있다.

약 30여년전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미국 인디언 멸망사를 쓴 디 브라운은 ‘명백한 운명’속엔 “유럽인들과 그 후손들이 (천부적)운명에 의해 신대륙을 다스리도록 정해져 있으며, 당연히 인디언에 대해서 그들의 땅과 삼림과 광산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통 째로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그 이후 ‘명백한 운명’은 시대와 적용대상에 따라 약간씩 표현을 달리하면서 사용됐다. 1·2차 세계대전을 비롯 대·소 전쟁에 참전할 때마다 미국은 반드시 이 말을 원용했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미국은 세계를 미국의 민주주의로 문명화시키기 위해 계속 팽창돼야 할 <명백한 운명>을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 일종의 천부론(天賦論)적 지배주의이며 앵글로색슨의 민족 우월주의적 표현이다.



‘명백한 운명’주의 신봉자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당시 저명한 언론인으로서 미국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활동하던 존 어설리번이다. 그는 여러 분야에 걸쳐 탁월한 식견을 갖고 미국이 당면한 과제, 가야할 방향, 방법 등을 제시, 여론을 이끌었다. 특히 미국이 멕시코와 전쟁을 벌일 무렵 그는 이 같은 ‘명백한 운명’주의의 철학이 담긴 사설을 써 더욱 유명해졌다. “멕시코는 앵글로색슨 민족의 월등한 힘에 융합하거나 굴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완전 패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인 신분임에도 그는 이 같은 주장을 펴는데 주저하지 않았으며, 신기하게도 이 같은 매파적 주장이 대단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보이는 미국에서 먹혀든다는 것이다.

앵글로색슨의 이 같은 민족 우월 주의적 사조는 1898년의 스페인 전쟁 때도 가장 뚜렷한 사상적 뿌리로 작용했고 19세기 이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주의를 탈피, 팽창주의적 외교정책을 지향할 때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상적 근간이 됐다. 무수한 국지전에 개입할 때, 제3 세계에 진출할 때도 명분은 같았다. 심지어 1차 대전에 참전할 때 윌슨 대통령은 종래의 ‘민주주의로 문명화시키기 위해’라는 표현 대신 ‘세계 민주주의의 안전을 위해’로 명분을 바꿔 달고 개입했다. 미국사회의 저변부터 상층부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자존심처럼 돼 버린 일종의 사회통념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까 싶다. 이런 사상적 뿌리가 지금 우리 나라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명의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인해 미국을 상대로 한 항의데모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데모의 열기가 오르면서 이젠 반미(反美), 미군철수 구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항의시위 안보·경제에 영향 없어야


김대중 대통령도 말했듯이 미국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필요하다. 반미시위 확대는 자칫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런 판국에 북한측은 영변 등의 핵 시설 봉인해제와 카메라 철거를 요구해 한반도 안보문제가 다시금 국제적 관심으로 부각될 요인 하나를 더 추가했다. 대통령 선거를 몇 일 앞둔 중요시기에 안보위기가 재발하는 사태로 치닫게 되지 않을까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자칫 우리는 큰 손실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 손실이란 우리의 생명선과 같은 안보와 경제라는 두 날개다. 강대국들은 동북아의 세력균형 문제라는 시각에서 우리를 볼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한반도 정세의 불안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는 곧바로 경제적인 측면으로 옮겨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거나 투자회수를 생각케 하는 등 심리적 불안감으로 발전한다. 이를 차단하지 못할 경우 자연히 우리 나라의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해선 안된다.

얼마전 서경석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사회원로 48인이 당부한 것처럼 “전통적 한미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성숙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 반(反)미 등의 구호는 너무 앞서나간 것이다. 마침 부시 미 대통령도 김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일정수준을 넘어선 요구는 오히려 정부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염려도 없지 않다. 이번 문제를 어떻게 수용하고 처리하느냐의 여부가 우리의 능력을 가늠하는 대외적 잣대가 될 것이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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