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나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해당기업 주식을 사기 위해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청약증거금의 유치업무가 과거 증권금융이 100% 독점하던 때와는 달리 최근 은행 별단예금으로 몰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의 청약증거금 예치는 전체 증거금의 70~80%수준에 머물고 나머지 20~30%의 청약증거금은 은행이 예치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은행입장에서는 별단예금이 여타의 은행예금과는 달리 만기가 일주일 정도로 짧아 운용이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유치할 메리트가 거의 없다. 따라서 별단예금의 이자는 0%다.
그렇다 하더라도 은행입장에서 이러한 별단 예금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별단예금도 총수신으로 잡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은행의 위상을 제고하거나 향후 인수 합병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몇달 전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일 당시, 부족한 총수신을 늘리기 위해 별단예금의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였던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이자수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청약증거금을 은행에 맡기는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기관투자가로서 은행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큰 고객인 은행의 별단예금 유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렇다고 해서 은행 입장에서도 청약증거금을 무한정 유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청약증거금 유치에 있어 자신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증권금융이지만, 증권금융은 은행들에게 있어 또 하나의 커다란 고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증권사와 은행, 은행과 증권금융 사이에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청약증거금 유치는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익면에서 보면 청약증거금을 증권금융에 예치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기관투자가로서의 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해 은행 예치도 병행해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양측면을 고려해 볼때, 은행예치는 현 수준에서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