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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컬럼] ‘짠물’ ‘민물’ 고루 섞어야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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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11-1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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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은어(隱語) 가운데 ‘짠물(salt water)과 민물(fresh water)’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과 사기업(私企業)의 경제활동에 정부가 개입 또는 간섭하는 것을 지지하는 측을 ‘짠물’ 파라고 분류한다. 반면 자율성과 시장주의의 원칙을 지키면서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옹호하는 쪽을 ‘민물’ 파라고 부른다.

과거엔 단순하게 대학의 성격, 교수 개개인의 성향 등에 따라 케인스 주의자 또는 통화주의자로 양분하는 경향이었으나 근래 들어선 그 기준이 다소 모호해지면서 이들에게 붙이는 별명도 이 같이 바뀌었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 또는 개인간의 관계에서 보면 애덤 스미스이래 경제사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개입 또는 간섭하려는 정부와 이를 배제하고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민간기업 또는 개인간의 대립과 논쟁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싶다.

어떤 제도와 방식이 가장 좋은 것인가는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경제여건이 다르고, 따라서 처방 또한 다르게 마련이다. 또 경제제도와 방식이 성숙되지 못한 나라에선 그 시대를 지배하는 사상과 사회적 상황의 영향도 받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가계대출 억제에 은행·개인 모두 반발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력 규제키로 한 조치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론이 들끓는 양상이다. 자금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키로 함으로써 우선 은행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의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비하여 매년 당기순익의 10%를 의무적으로 쌓게 하는 ‘재무구조개선 적립금제도’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은행의 자율권한을 제약한다’는 이유에서 시행철회를 요구하자 은행들은 힘을 얻은 듯이 반발의 강도가 한층 거세진 모습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거의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관치금융의 부활’을 구호처럼 사용하면서 정부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선 심지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는 은행에 대한 일종의 영업방해와 같은 것”이라면서 “대출시 적용하는 담보비율까지 정부가 정해주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실수요자인 개인들의 불만도 높다.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한 개인 채무자들은 은행차입이 중단될 경우 중도금 및 잔금 지급 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같다. 집 장만과 상관없는 그 밖의 차입자들은 기존대출금의 만기 때 필요한 금액만큼 은행에서 재융자를 받을 수 있을지 미리부터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항간에선 ‘만기대란(滿期大亂)’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현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정부의 개입을 선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대기업의 빅딜 등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펴면서 기조실 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IMF사태로 국가경제상황이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던 당시의 여건상 이해되는 면이 있었지만, 민간의 경제활동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정권말기에 접어든 지금 가계대출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런 사태가 계속될 경우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금리가 비싼 대금업체 또는 이자 징수 때 다양한 횡포까지 동원한다는 제도권 밖의 사채(私債)시장으로 내 쫓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전적 지도감독’ 방식 검토할 때



경제학을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최초로 체계화한 미국의 저명한 석학인 폴 앤터니 새뮤얼슨 교수(MIT대, 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는 그가 처음으로 등장시킨 ‘혼합경제’를 설명하면서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을 보정(補正)하는데 있어 정부가 공공정책을 통해 ‘많이 개입할 것인가 적게 개입할 것인가’ 하는 ‘정도’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금융의 감독방식도 ‘사후적’인 방식보다는 ‘사전적 지도감독’이 더 효율적이라는 견해도 경청할 만한 것이 않을까 생각된다.

<주필>



김병규 기자 bk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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