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라는 시기적 특성과 은행들의 추가 합병설로 금융권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은행장들이 다른 은행의 경영시스템을 두고 서슴없는 비난을 가하면서 금융계가 혼란에 빠졌다.
다른 은행장의 자질을 놓고 행장 개인의 의견을 공공연하게 피력하는가 하면 아직 시장에 정착하지도 않은 제도와 관련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일부에서는 그렇잖아도 시장이 혼탁하고 조직이 불안한데 조직의 최고 경영자까지 나서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의 이덕훈 행장<사진 왼쪽>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경영은 장사꾼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는 화두를 던지며 “특히 은행의 통합은 2~3년이 지나봐야 그 성공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김정태닫기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도 이에 대한 강력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행장은 금융지주회사는 우리나라 금융풍토에 적합하지 않고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회사를 지주회사 밑에 고스란히 두는 바람에 지주회사가 인원삭감의 방패막이에 그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즉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김행장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지분 인수를 통해 2~3개의 ‘자(子)은행’을 둘 수도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지주회사 설립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이러한 이행장과 김행장의 강성 발언에 대해 금융권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추가 합병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현재 1, 2위를 차지하는 조직의 長으로서 조직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은행의 경영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험 부족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아쉬워 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의 고참 임원은 “은행이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남은 것은 은행장이 말을 아끼고 경쟁 은행과 선의의 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어렵고 복잡한 시기일수록 조직의 최고 경영자는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