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HSBC와 MOU를 체결할 당시만 해도 서울은행의 예금은 하루에 2,000억~3,000억원씩 빠져나갔다.
매각협상이 진행됐던 99년 2월 서울은행의 총수신은 16조 1035억원이었던 것이 8월에는 14조 7154억으로 6개월사이에 1조 4000억원 가량 빠졌었다.
서울은행이라는 실체가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99년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지금이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99년 당시와 사뭇 다르다고 서울은행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은행의 2002년 6월말 20조이던 예금은 인수자들의 실사작업이 진행됐던 7월말 20조 2844억원으로 6월말 대비 2800억원이 증가했다. 8월 들어 하나은행이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때도 서울은행의 총수신은 21조 329억원으로 6월말 대비 1조 329억원(5.16%)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서울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없었다
대출을 보면, 6월말 13조3633억인 총대출이 9월 24일 현재 14조 1,643억을 기록해 8010억(5.99%) 증가했다. 신용카드도 6월말 대비 7941좌가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요인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우량은행인 하나은행과 합병하면 서울은행의 대외신용도가 올라간다는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서울은행 약진원인을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은행 인수, 합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높아진데서 찾는 견해도 있다. IMF 당시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는 인수, 합병되는 금융기관은 무조건 망하는 것으로 인식해 예금 등의 조기 인출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금융기관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고객들의 금융기관 자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합병은행의 메리트에 대한 독자적 시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99년 해외매각때의 고객들의 판단과는 달리 이번 합병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서울은행이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IMF 당시 8000명이던 직원을 지금은 3800명선까지 줄여놓은 것이 이후 합병은행의 구조조정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부유층 고객을 기반으로 한 하나은행에 비해 저소득층이 예금고객의 기반인 서울은행은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저렴해 수익면에서 상당한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