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또 한가지 비중있게 점검해야 할 사항은 SI업체의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다. SI업체는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써 은행과 솔루션 업체 및 하드웨어 업체들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개발인력 공급을 담당하는 등 프로젝트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은행들이 SI업체 평가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 부문은 레퍼런스다. 즉, SI업체가 국내외 은행에서 유사하거나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그 노하우가 풍부한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은행에 따라서는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SI업체에는 RFI조차 보내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레퍼런스를 집중 평가하다 보니 해당 SI업체가 우수한 개발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새롭게 제안하는 패키지를 제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지 등의 여부를 소홀히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2월 액센추어, LG CNS, 한국IBM, 삼성SDS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후 한국IBM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평가부문은 코어뱅킹, 웹단말, EAI, 메타데이터 등으로 구성했다.
평가기준은 확장성, 안정성 등 기술 기반의 우수성(90%), 구축비용 등의 가격(10%)으로 정했다. 역시 SI업체의 레퍼런스를 중요 기준으로 설정했음을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평가위원회에는 전산정보부와 차세대시스템개발실의 차장급 이하 책임자 10명을 참여시켰다.
평가위원들은 3월 18일부터 6일간 서울 북악파크 호텔에서 제안설명회와 세부 기술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레퍼런스면에서 IBM보다 앞서는 업체가 없지만 이후 기업은행은 그리스은행 외에 적용 사이트가 없는 ‘글로버스’ 패키지의 커스터마이징 범위를 정하느라 IBM과 함께 한달 가까이 고심해야 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여름, 주사업자 선정 단계까지 차세대시스템의 플랫폼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SI업체가 제시한 비전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제안요청서를 통해 복합금융 상품의 신속한 개발, 고객채널 통합 및 1:1마케팅 지원, 24/365체제 확립 및 백업시스템 강화, EAI를 활용한 시스템 통합의 용이성 확보 등을 주문했지만 유닉스냐 메인프레임이냐는 정하지 못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은행이 업무 요건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SI업체 능력을 평가할 경우 향후 프로젝트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외환은행은 제안서를 평가한 후에도 내부 투표를 거쳐 플랫폼을 유닉스로 결정했다.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시 국내에 레퍼런스 사이트가 있는 패키지 중심의 접근방법을 채택하되 CRM, 통합단말시스템과의 연동 및 채널통합 부문을 가장 중요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SI업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리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IBM-e뱅크, LG CNS-뱅스, 삼성SDS-뉴톤 등 3개 회사가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IBM을 제외한 나머지 2개 회사가 유닉스 모델을 제안했다. 3개 회사가 제안한 인프라와 아키텍처가 모두 달랐다.
플랫폼을 유닉스로 결정한 이후에는 한미, 산업은행 등에 적용됐던 ‘뱅스’ 패키지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LG CNS를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SI업체의 능력은 평가부문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던 셈이다. 외환은행은 이후 PMO로 KP MG를 선정해 프로젝트 관리에 관한 안전망을 마련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자면 은행이 체계적인 평가원칙을 세우고 SI업체의 능력을 레퍼런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기자 u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