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가를 잘못 고시하는 전산장애를 일으켜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증권거래소가 지난 5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배상판결을 받은 데 이어 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투자자로부터 유관기관이 법적 소송을 당한 일이 전례에 없었던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분쟁의 발단은 증권거래소의 전산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전산이 액면분할 주식병합 등으로 작년 10월 13∼15일까지 거래를 중단했다가 16일부터 다시 거래를 재개한 신동방메딕스(현 건풍제약)의 기준가를 각 증권사에 잘못 통보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데서 비롯됐다.
이에 거래소측과 투자자들간의 분쟁조정을 맡은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5월 거래소의 잘못을 인정, 배상판결을 내렸으나 거래소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결국 법정분쟁까지 이어지게 된 것.
거래소측은 일단 증권전산이 기준가를 잘못 통보한 것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 후 규정에 따라 모든 증권사에 기준가 정정 통보를 하는 등 투자자 손실 방지에 최선을 다한 만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이번 판결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준가 정정통보를 받고도 호가를 변경하지 않은 증권사도 있고 기준가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투자자들도 있는데 모든 책임을 증권거래소가 지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어차피 법정 소송까지 간 이상 충분한 입장을 표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시장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거래소가 이번 사안에 대해 실수한 부분은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잘못 게시된 기준가를 확인한 증권전산이 곧바로 정정된 기준가를 각 증권사에 통보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문제의 발단이 어디까지나 증권에서 야기됐으며, 이미 시장가 주문을 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공시를 보지 못한 책임을 묻는 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전산장애는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이미지 관리상 명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시장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거래소가 이미지 실추가 두려워 이리저리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