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가 ‘삼성전자 보고서’ 사전유출 혐의로 워버그증권에 문책적 기관경고의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사에 대한 ‘봐주기식 행정’이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해당업체인 삼성전자는 물론 일반투자자들의 피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기관경고로 그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평가다. 더욱이 금감위 감사가 이미 드러난 사실에 대한 확인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담당애널리스트 등 관련자들을 해외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감위는 지난 2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USB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삼성전자 보고서 사전유출 혐의에 대해 문책적 기관경고의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내달 16일 정례회의에서 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위 판단에 따르면 워버그증권은 지난 5월 삼성전자 관련 보고서를 시장에 배포하기 전에 이미 일부 투자자들에게 매수 전망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출, 증권사 영업행위 준칙을 위반 했다.
또 준법감시인 이 모씨와 일부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혐의도 적발, 관련자에 대해 정직, 감봉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건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검사기간중 이미 홍콩지점으로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준법감시인 이모씨도 혐의가 드러나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별도 징계 등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국내 증권사에서 발생 했다면 이렇듯 가볍게 처리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독당국의 감사 및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지점 일부 직원들의 주가조작 및 일임 임의매매 등이 적발된 S증권은 문책적 기관경고를 받았으며 최근 감사직원의 횡령이 적발된 K증권도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사안의 경중으로 따진다면 이번 ‘삼성전자 보고서’ 사건이 해당업체와 투자자의 피해면에서 더욱 규모가 컸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책적 기관경고라는 제재는 여론을 인식한 형식상의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이 문책적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대표이사 징계 신규업무 제한 등의 인사적, 영업적 제재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일개 지점에 불과해 지점장에 대한 직위해제 정도로 사건이 무마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