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험업법 개정 작업 장기화 조짐은 각 유관단체, 생손보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특히 지난 11일 공청회장에서 감독권 일원화 무효를 주장한 전국운송사업자 연합은 공제조합 가운데 가장 결속력이 강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정작 보험업계와 관련이 있는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보험 전문가, 시민단체 등도 일부 조항의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서 개정안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이해관계 얽혀 공청회 시작도 못해 - 지난 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보험업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회의시작과 함께 전국운송사업자 연합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점거, 개정안 무효를 주장했다. 전국육상운송사업자 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자동차공제 사업 감독권을 건교부에서 금감위로 일원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공청회에는 수천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나타냈다. 그만큼 업계 실무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개정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한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의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우체국, 농협공제 등에서도 감독권 일원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손보업계 불만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들은 예금보험보장 한도 초과 의무보험 및 자동차종합보험에 대한 손보사 전액 보장, 교차모집 허용 등이 보험사 동반 부실과 계약자 피해를 가중시킨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내년 8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도입과 관련, 이번 개정안에서 허용범위, 도입형태, 시기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세부적인 시행령 마련 작업에 착수 할 수 있다.
보험업법 개정이후에도 각 보험사들의 전략 등에 따라 시행령, 규정 마련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업법 개정안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전문가, 시민단체 재산운용 방식 재검토 주장 - 전문가들은 대주주에 대한 재산운용 규제 기준을 자기자본으로 변경한 것은 오히려 자금공급 규모를 확대해 보험사가 사금고화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추세인 재산운용 규제 기준을 자기자본으로 변경한 것은 재무건전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여건과 감독체계의 일관성 측면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는 다는 것. 실제로 삼성생명도 기존 자산대비 2%에서 자산대비 40%로 변경되면 대출한도가 2000억원 이상 증가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현재 보험사의 건전성 기준은 대차대조표상 자기 자본이 아닌 지급여력금액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재산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5대 재벌에 대한 진입장벽 폐지와 관련, 생·손보사를 계열금융기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손보사 중 하나만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입 장벽 폐지는 5대 재벌에 의한 금융지배를 부추기는 꼴이라는 것.
또한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 유출도 심각한 실정이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금융기관과의 제휴가 확대되고 있어 직간접적인 개인고객 불법 유출 방지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행 보험청약서 상의 개인 정보 사용에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보다는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허가서를 개인에게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