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업자원부에 등록된 101개사의 CRC가운데 순수하게 CRC업무만을 하고 있는 회사는 85개사. 나머지는 창투사 겸업 12개사, 신기술사 겸업이 4개사다.
이중 순수 CRC업무만을 하고 있는 회사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기존 CRC 회사들은 은행에서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신설할 경우 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업무를 하고 있는 기존 업계의 영역을 침범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투사들 중에서도 네오플럭스, 산은캐피탈 등이 새로이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정도가 거대 자금이 필요한 CRC에 손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은행권이 진출할 경우 이제 CRC시장에 진입하는 창투사는 적잖게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은 최근 돈이 된다는 이유로 은행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조흥은행은 골드만삭스와 공동으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CRC 설립 작업에 들어갔으며 기업은행도 벤처투자 업무를 전담하던 기은캐피탈을 할부금융도 취급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로 탈바꿈시켰다.
국민은행은 자회사인 국민창투에 국민기술금융을 합병시켜 기존의 창투업무에 신기술 등의 업무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이같은 은행권의 영역확장은 신용정보회사 설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이 부실채권 추심을 위한 신용정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기존 26개 신용정보사들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하는 등 기존 업체들은 살기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국민은행의 신용정보사업 진출 검토 소식도 이들 업계에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은행권의 침투가 금융시장을 크게 왜곡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 은행계 리스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비롯, 99년 이후 벤처붐을 타고 앞다퉈 설립됐던 벤처캐피털사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의 덩치만 커지고 1금융권과 2금융권의 경계가 모호한 기형적인 구조로 한국 금융계가 흐를 가능성이 높다”라며 “은행권의 제2금융 진입으로 순수 CRC 및 신용정보사는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