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융이 오는 7월중에 실시할 예정인 고객예탁금의 신탁관리가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이는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배당 형식인 신탁관리보다는 약정이율이 보장된 기존 예수금 운용 방식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금융이 실제 신탁업을 시작해도 운용자금의 확보가 어려워 운용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의 신탁관리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운용 투명성과 리스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이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신탁제도를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운용방식으로도 충분히 예탁금을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탁의 경우 손실 발생에 대한 책임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특별히 운용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증금의 신탁업에 대한 본허가가 나는 이달말까지 기존 예수금 운용 방식과 신탁운용 방식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현재 대신 대우증권 등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리스크 보장 문제로 기존 운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상태며 일부 외국계증권사만이 신탁운용 방식에 동참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예탁금 운용방식과 관련해 이미 내부적으로 기존 예수금 운용방식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증금의 신탁운용에 대한 투명성과 리스크 헤지가 보장될 때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신탁운용 방식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증금의 신탁업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증권사들이 전체 고객예탁금중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운용자금 확보가 어렵고 그만큼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금융은 기존 예수금 운용 방식도 계정만 틀릴 뿐 증권업 감독규정에 따라 운용대상이 제한돼있고 포트폴리오 구성 등 자금운용 자체가 신탁운용 방식과 동일한 상태였다며 증권사들의 손실위험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증권금융 관계자는 “대우사태 등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던 경험이 있는 증권사들이 손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신탁관리에 대해 미리부터 겁을 내고 있는 것 같다”며 “고객예탁금은 관련규정에 따라 운용대상이 제한돼 있고 신탁운용을 위한 장치도 체계적으로 갖췄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