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업계가 선물옵션 ‘깡통계좌’ 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파문이 예상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선물옵션 ‘깡통계좌’로 수 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일부 중대형증권사들이 기존 수탁거부 및 깡통계좌를 중심으로 적색거래자 명단을 만들어 이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이후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적색거래자 명단을 만들어 영업점 및 타사에 보고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이들 적색거래자들은 여러 증권사를 전전하며 악의적 거래를 일삼고 있기 때문에 정보공유를 통해 사전 차단이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투자자들은 등급에 따라 거래는 물론 증권계좌 조차 만들지도 못하도록 사전에 영업점에 보고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투자자는 거래시 집중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현상이 발견되면 사전 공지 및 수탁거부 등의 조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 회사 자체적으로 다양한 리스크관리책을 구상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상에서는 이렇다 할 해결방안이 없어 이같은 명단들이 나도는 것 같다”며 “하지만 파생상품 관련 증거금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편법거래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고객 블랙리스트가 일부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악의적인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고 증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발적인 대응책이 될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증권사간 고객 신용정보 공유는 불법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객 블랙리스트로는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노숙자 등의 차명을 이용한 악의적인 거래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계전문가들은 고객신용정보를 도입해 파생상품 계좌 발생시부터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고객 거래내역에 따라 증거금을 차등 적용해 거래 위험에 대한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관계자는 “파생상품 편법거래는 이미 사전에 예고된 것”이라며 “정부당국과 거래소가 1년도 채 안돼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힘들다면 리스크 방지를 위해 고객신용정보나 증거금 차등 적용제를 도입해 시장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연 기자 sy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