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처럼 소유관념이 강한 민족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많이 모아서 얼마나 빨리 집과 차를 사느냐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자동차분야에서는 이런 ‘소유’의 개념이 ‘빌려 쓰는’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차량 구입, 세금, 정비, 보험, 주유, 사고처리까지 차량 유지에 관한 모든 것을 리스회사가 관리해주기 때문에 오토리스 상품은 자동차매니아나 법인, 개인사업자 등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자동차 공업협회의 2002년 3월말 기준으로 현재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1300만대 규모.
자동차 리스사들이 이중 1%의 마켓쉐어를 차지한다고 가정할 때 대당 2천만원씩만 계산해도 2조가 넘는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작년기준 오토리스 시장규모는 1200억원 내외에 머물러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동차 리스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이 올해목표치를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올해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겠다는 산은캐피탈도 1000억원의 목표를 잡고 있어서 올 한해 오토리스 시장규모는 3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 리스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큰 반면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자동차 리스의 경우 회수만 잘하면 안정적인 자산으로 부실요인이 없다는 매력이 있지만 법인의 수요의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룹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어렵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자동차 계열사로 이미 두산그룹, 교원그룹, LG-OTIS 등 현재까지 총 1000여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산은캐피탈도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투자사를 매개로 제휴업체를 늘리고 있다.
7월 여전법 개정과 함께 이 시장에 진입할 삼성캐피탈도 그룹 계열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LG카드는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LG카드가 9월에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설에 대해 LG카드 한 관계자는 “리스시장 자체가 법인 니즈가 강하기 때문에 자동차 계열사가 없는 LG로서는 오토리스를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현대, 삼성캐피탈의 독주가 예상돼 지금 현재는 시장에 진입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한미캐피탈의 경우는 100% 외제차 리스사업만을 하고 있다.
한편 이미 진출한 리스사들의 시장 공략 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올해부터 ‘리치 마켓’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다.
수입차의 니즈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산은캐피탈의 판단이다.
수입차는 올들어 현재까지 4100대가 한국에 들어왔고 올해말까지 1만5000대가 수입된다. 수입차의 경우 총 자동차 판매대수의 1%의 시장을 차지하지만 판매금액에서는 3%를 차지해 국산차 4대를 판 가격이 수입차 한대를 판 가격에 맞먹는다.
따라서 차량 유지에 관한 토탈서비스인 메인터넌스 오토리스의 경우에는 수입차 한대를 리스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분석이다. 또한 수입차 리스의 경우에는 신용 위험도 적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말 볼보자동차 운용리스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렉서스, 도요타와 같은 차량의 운용리스도 늘릴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기업만이 아닌 ‘자동차매니아’ 사로잡기에도 나섰다.
현대캐피탈이 내놓은 ‘저스트드라이브2’ 상품은 정비기능을 제외,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2~3년마다 한번씩 원하는 새차로 교환해 주기 때문에 신차를 선호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차량 구매 형태중 리스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할만큼 세계의 흐름은 자동차를 팔기 전 마켓(Before Market)에서 정유, 정비, 금융, 리스 등 자동차를 판 후의 마켓(After Market)으로 가고 있다”며 “삼성캐피탈이 진입할 경우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