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조흥은행장후보가 결정되던 날을 전후해 조흥, 외환 두 은행과 정부당국간에 전개된 밀고당기기는 그 절정이었다.
사실 정권말기를 맞아 정치인사의 가능성이 줄어든 반면 관치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낌새는 일찌감치 포착됐었다.
임기가 만료되는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그 정점에 서있었다. 연임이냐 퇴임이냐를 놓고 말들이 많았고, 후임자로 금감원의 모부원장이 자리를 옮겨 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밀고 들어오려는 관의 의중과 이를 저지하려는 은행측의 치열한 물밑 줄다리기는 시작됐다.
이 보다 앞서 금감위장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장 ‘연임불가’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는 다분히 위행장을 겨냥한 시그널이었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조흥은행내 분위기는 위행장의 연임을 바라는 것이었다.
경영정상화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위행장의 강한 리더십이 먹혀들었고, 은행을 위해서는 위행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일부 언론은 금감위장의 ‘연임불가’ 발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불안한 침묵이 한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금감원과 위행장이 ‘화해’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위행장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 싶었다.
조흥은행장 추천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지난주말까지는 적어도 그랬었다.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는가 싶더니 이번주들어서는 완전히 반전됐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당초 조흥은행장으로 거론되던 금감원 부원장이 외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김경림행장은 이사회의장으로 자리를 바꿀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외환은행측에서는 펄쩍 뛰었다.
김행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아있는 상태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박에 다급해진 조흥은행측의 자기방어용(?)이라는 해석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눈에 보일정도로 확연한 관과 은행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11일 오전을 넘기지 않고 일단락됐다.
위행장이 연임입장을 철회하고 동시에 김경림 행장마저 용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스스로 정한 입장이라고 강변하지만 두 은행장 모두 정부의 압박에 결국 굴복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필자는 이 시점이후 관치인사의 소용돌이속에서 두 은행이 맞게 될 운명의 명과 암을 더욱 의미있게 주목하고자 한다.
위행장은 연임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자행출신행장 관철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선다. 그리고 행장후보로 49세의 젊은 홍석주상무를 내세운다. 그리고는 금감원에 통보하기가 무섭게 본점 8층에서 행추위원장 기자회견방식으로 홍상무를 단일행장후보로 공표한다.
한마디로 누가 끼어들 틈도 없이 진행된 전격전이었다. 그리고 이튿날 ‘최연소 은행장 탄생’이라는 ‘깜짝뉴스’가 도하신문의 지면을 장식했다.
차선책이었지만 105년 전통을 지닌 조흥은행의 저력이 발휘된 멋진 한판 승부였다.
이렇게 해서 지휘봉을 객에게 넘기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이다.
감독당국의 의중이 무엇이었는지를 감안한다면, 위행장이 비록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스타일을 구긴 쪽은 금감원이 되고 만 셈이다.
추측이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위의장은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조흥은행은 은행정상화라는 중요한 고비에 신구의 조화속에 관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체제로 주요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외환은행은 어떤가.
임기가 된 것도 아닌데 김행장이 물러나게 된 것부터가 이해가 안 된다. 김행장 자신은 용퇴라고 하지만 정황논리상 이를 순수한 자신의 판단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행장은 노조의 반대로 이사회의장직도 맡기 어렵게 됐다. 중요한 것은 김행장 한사람의 거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환은행은 시간상 다음달 임시주총쯤이나 돼서야 후임행장인선을 할 수 있게 돼 중요한 시기에 당장 한 달 이상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경영상 대과도 없고 임기도 안된 상태에서, 특히 코메르츠라는 든든한 후원자까지 있는 데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하이닉스 문제등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김행장의 “이제는 쉬고 싶다”는 퇴임의 변에 대해 인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더 큰 것은 이 문제가 한 사람 개인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은행의 장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서다.
후임행장인선까지 또 얼마나 많은 관치의 후폭풍에 시달려야 할지... 외환은행이 입게 될 유형무형의 대미지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미 후임자로 특정 외부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말해서 무엇하랴.
관치라는 도전에 대한 서로 다른 방식의 응전, 이것이 이들 두 은행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만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에나 관치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다는 말인가.
정부당국에 바란다. 제발 외환은행장 인선은 은행을 위한 입장에 서서 대승적으로 임해주시기를.
<이 양 우 편집국장>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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