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 제일은행장이 드디어 울분을 터뜨렸다.
코헨 제일은행장은 5일 “제일은행의 풋백옵션 요구는 뉴브리지 캐피탈과 한국 정부가 체결한 매각계약상 당연한 권리”라며 “매각 이후 지난 2년간 계속되온 풋백옵션 및 공적자금 과다투입에 대한 시비를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일은행은 99년 12월말 매각부터 지금까지 만 2년간을 공적자금 과다투입 시비에 휘말려 왔다.
한번은 정치권에서 한번은 언론에서 번갈아 가며 마치 배구공을 토스하듯 계속되온 이 논란은 제일은행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영업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코헨 행장도 이러한 상황이 대단히 불쾌한 듯 제일은행이 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라며 항변했다. 제일은행장이 나서서 불쾌감을 나타낸 것은 이러한 배경을 감안할 때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온 일이었다.
정부는 매각 당시 한푼의 달러도 아쉬웠고 부실채권으로 거덜난 제일은행 자산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5000억원의 매각 대금이 결코 싼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매각부터 지금까지 풋백옵션 조로 제일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15조원이 넘는 사실은 국민과 여론의 감정을 상할 대로 상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코헨 행장이 주장한대로 2년이 넘은 계약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계약내용이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사자들을 문책하면 되는 일이지만 전례가 없는 데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정치권의 자세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올해는 지자제 단체장 선거와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러한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제일은행은 지금까지처럼 풋백옵션 시비에 휘말릴 것이고 제일은행 임직원들은 일할 맛을 점점 더 상실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정부가 제일은행을 놓고 벌어지는 득실없는 시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2년전에 체결된 계약 내용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대외 관계상 좋을 게 없다”는 코헨 행장의 지적은 기분 나쁘게만 들어서는 안될 것같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