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카드업계간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일부 카드정책 관련 “반(反) 시장경제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금감위와 금감원은 지난 18일 ‘카드업자들의 건전 영업질서 촉구를 위한 회의’를 개최, 대대적인 ‘수술의 칼’을 들었다.
이날 정부가 촉구한 카드정책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지적됐던 카드사들의 불건전 영업관행의 총체격이다.
이에 5개 카드사 사장들은 다음날 여전협회 결산이사회 자리를 빌어 카드대출 축소 등의 일부 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의 ‘옭아매기식’ 카드정책에 대해 카드사들도 조만간 대응책을 마련할 분위기여서 정부와 카드사간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당국, 무엇을 규제하는가?
정부의 카드정책은 모집질서 개선, 카드대출 축소, 소비자 보호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이 전면 금지된다. 신용카드 가두모집이 카드남발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의 주범이라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경찰청과 함께 이달부터 가두모집을 집중 단속하고 위반 정도에 따라 영업 일부 정지 및 관련 임직원을 문책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여전협회를 통한 모집인 등록제를 실시하고 모집인 자격요건을 강화, 다단계 방식에 의한 카드회원 모집을 근절할 방침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모집인들의 이중 계약 및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정보가 여전협회에 집중되게 된다.
금감원은 카드론을 50%이하로 축소, 카드사로 하여금 본연의 업무인 결제기능에 더욱 중점을 두게 할 방침이다. 카드사들의 대출서비스 비중은 현재 65%정도다.
소비자 보호 관련해서는카드 수수료율 비교공시 체제가 개선된다. 현재 카드사들은 금감원 감독규정 제 25조에 의거 여전협회에 카드 수수료율을 공개하고 있지만 카드사간 수수료율 비교는 용이하지 않은 편. 따라서 금감원은 여전협회 홈페이지를 정비하고 카드 수수료율 비교표를 작성, 공시할 방침이다.
또한 카드 이용자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 차원에서 오는 3월부터 카드 청구서에 회원의 신용등급과 적용 수수료율을 통보토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회원의 신용도와 기간별 수수료율을 이용대금 청구서에 공시토록 한 금감원 감독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지 않아 왔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회원들은 카드사별로 대략 5~6등급으로 분류하는 신용등급중 자신이 어느 등급에 속하고 등급별 수수료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무분별한 채권추심과 미성년자 카드 연체도 규제대상이다. 당사자 협박, 친인척 압박, 심야 전화독촉 행위 등의 무리한 채권 추심행위가 금지되며 부모 동의없이 발급된 미성년자의 카드 연체대금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 카드사들 카드대출 축소 강력 반발
정부의 카드정책중 카드사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카드대출 축소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카드론을 줄이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발상”이며 “지난 IMF외환위기 이후 50만원에 묶여있던 현금서비스 한도를 풀어준 당사자가 정부인데 이제와서 대출을 줄이라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통한 이자마진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수익을 낸 것은 불과 최근 2~3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열렸던 카드사 사장단 모임에서도 이 문제는 집중 거론됐다. 이날 모임에서 사장단은 정부의 카드론 억제책은 회원들을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의 4~5배에 달하는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리한 채권추심 금지도 채무자에 더 유리한 반 시장경제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열린 금감원 회의에서도 카드사 사장 및 은행 카드관련 임직원들은 카드론 축소안에 따른 부작용을 거론했으나 금감원측에서 “이번 회의는 모집질서만 거론하는 자리”라며 대답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금감원의 태도는 자신들의 정책 일관성 부재를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길거리 모집 전면 금지에 대해서도 카드사들은 불쾌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없는 삼성, LG 등 전문계 카드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길거리 모집 금지는 자신들의 고유한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두 모집 금지로 삼성, LG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시장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 외환도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삼성, LG는 현재 가두모집을 급격히 줄이고 인터넷, TM 등으로 모집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집인 등록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협회가 현재 모집인 표준계약서 및 자격요건 등의 내용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문계 카드사의 경우 특정 카드만 유치하는 전문 모집인을 두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대리점이 보유하고 있는 모집인들을 쓰고 있는데 이 경우 누굴 협회에 등록시키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리점에 속한 모집인들은 여러개 카드를 모두 모집하고 있어 이들은 금감원이 원하는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전지선 기자 fnzz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