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합병이 거론되는 은행의 경우 한결같이 금융당국과 일부 언론이 합병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의 합병설은 정부의 강제적 지시와 분위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시장원리에 따라 성사가능성이 높은 은행간의 합병설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대주주의 이해관계, 그리고 전체 금융권의 움직임에 비춰 ‘있을 수 있는 조합’이라는 게 금융계 중론이다.
현재까지 합병이 유력하다고 지적되는 조합은 제일은행과 하나은행. 이미 시장에서는 구체적인 합병 발표 날짜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제일은행과 합병시 향후 5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장점이 있고 제일은행의 경우도 일방적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피합병되기 보다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와 관련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내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합병을 강력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은행의 합병은 대주주의 이해에 따라 진행되는 사항이지 은행장의 발언과 분위기는 사실상 합병의 실제성과는 큰 관계가 없다.
한편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설은 신한금융지주회사의 경영방침이 시초가 됐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합병과 업무제휴에 대해서는 어떤 금융기관과, 언제라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과 업무제휴는 규모의 확대 차원보다는 조직운영의 효율성과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물론 합병의 상대로 지적되고 있는 한미은행의 경우 당장 합병한다고 시장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고 오히려 피합병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표명이 불가능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하행장은 지난 28일 임원회의를 통해 합병설은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의 경우 대주주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조기에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측은 현재 자산규모로는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신한은행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한미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