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본주의는 시장이 발달하는데 따라 제도를 정비하면서 발전해 온 서구와 달리 자생적으로 시장이 생성되지 못하고 우선 제도를 만든 다음에 시장을 육성, 발전시키다 보니 제도를 만드는 당국이 임의대로 시장을 통제하고 관리해온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제의 파급효과가 큰 금융부문에 이런 경향이 높았다. 금융을 장악함으로써 경제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독재로 특징지어지는 과거에는 이 방법이 한정된 자원의 집중적 투입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사회 각부문이 세계화되고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공통기준이 적용되면서 제도가 일방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경제의 한부문으로 편입된 우리 시장에 더 이상 당국의 제도를 이용한 ‘관치’가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관리들이 시장의 원리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지시만하면 시장은 그대로 움직였으므로.
IMF사태라는 것은 우리경제가 세계경제의 한 부문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세계금융시장이 우리금융시장에 가한 일격에 시장의 원리를 무시해오던 금융당국이 그대로 케이오 당한 사건인 것이다.
최근들어 우리증권 시장을 외국자본이 좌지우지하고 있어도 당국은 그저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그러나 세상이 이처럼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입김이 여전한 구석이 있다. 바로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인사다. 이제는 시장에서 성장한, 즉 여의도와 월가에서 큰 사람이 제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또 세계의 추세는 그걸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시장을 모르는 관료들이 여전히 시장을 경영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시대의 재무장관 루빈이 효과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도 월가 출신인 루빈을 월가에서는 신뢰하고 루빈은 월가에 의존하는 상호 신뢰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에는 관리들이 금융기관 경영자로 내려오던 인사행태가 해당기관에 도움이 된 적도 있었다. 제도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던 문제를 민원 처리하듯 일거에 해결해서 유능한 경영자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다 호랑이 담배 먹던, 경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필자가 낙하산 인사를 적극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기업은행에 김종창 행장이 처음 왔을 때도 관례대로 그룹 본부에서 자회사로 파견 나오듯 “ 또 시장을 전혀 모르는 관리 한 사람이 은행으로 왔구나”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그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지금까지의 관료들의 관행적인 은행 경영하고는 조금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기업은행이 ‘탈국책은행화’를 내세우며 실적을 중시하는 사업부제를 도입하고 변화 관리팀을 만들며 현장을 익히려 부지런히 뛰어다니더니만 드디어 증시에서부터 평가를 받기 시작, 기업은행의 주가가 신고가(新高價)를 기록하며 연일 상종가를 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 경영이 별것 있겠는가. 사회의 도덕적인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을 만족시키고 내부고객인 직원들이 만족하고 수익을 많이 내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 바로 경영을 잘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말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어디 많은가. 그런데 기업은행이 이런 기준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거래 중소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전 3만 여개에서 18만개로 급증했으니 고객만족이요 까다로운 국책은행 노조에서 좋아하니 내부고객 만족이요 증시에서는 1년만에 연일 신고가에 상종가를 올리니 주주만족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 증시에서 소위 ‘CEO효과‘를 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최고 경영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있으니 매우 드믄 일이라고 하겠다.
이외에도 국책은행으로서는 생각도 안하던 기업 설명회를 처음으로 개최하고 은행 퇴직 임원이면 당연히 자회사로 승진해 나가던 관례를 깨고 기은 캐피탈 사장에 현직 본부장을 임명하는 등 금융계인사 풍토도 바로 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노력이 인정받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채권이 국내 신용평가회사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하기도 했다.
모두 다 김행장의 ‘부지런함’과 ‘한눈팔지 않음’이 가져온 성과라고 생각된다.
낙하산 인사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필자의 원칙에도 예외가 생긴 셈이다. 그렇다고 이 원칙이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가능한한 앞으로는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금융계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행장은 지금과 같은 노력으로 가일층 은행의 건전 경영에 힘써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일부 관료들이 경영을 방만하게 해왔다는 불명예를 씻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업은행의 김행장을 위시하여 다른 사람은 한번 수상하기도 어려운 상들을 올 한해 여러 차례 수상한 상복(賞福) 위성복 조흥은행장과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의 하나인 하이닉스 문제를 무사히 실마리를 풀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고도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 가려 진면목을 보이지 못한 김경림 외환은행장과 어려운 금융 여건을 잘 극복하면서 창구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고객들을 친절히 맞이하고 있는 모든 금융인들을 올해의 금융인으로 추천하고 싶다.
<강 종 철 편집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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