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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1-11-28 21:46

[苧洞칼럼]

사람이 나서야 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고 힘을 써야 될 때와 힘을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이는 꼭 개인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 한 나라의 정책을 시행하는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최근들어 고위 금융정책 당국자가 조만간 은행 합병이 또 있을 것 이라고 화두를 띄우자 언론을 필두로 저마다 몇 남지도 않은 은행들을 놓고 때 아닌 줄긋기, 짝지우기, 줄 세우기를 한바탕 했다. 이에 화답하듯 대상이 된다는 은행들도 우리는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어요, 우리는 이미 준비 됐어요, 저희는 아무 생각 없어요 하며 후속 기사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자 정작 발언 당사자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희망 사항을 피력한 것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양이다. 여론을 한번 떠 보자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의 정부 들어 우리 경제 정책의 큰 축의 하나가 금융구조조정이고 이는 바로 금융기관의 통폐합과 은행간 인수 합병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초창기 그토록 강도 높게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서는 그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 되어서가 아니고 당사자 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정책당국이 뒷전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그런 모습도 이해가 가는 것이 국민의 정부가 초기에 강력히 추진한 빅딜정책이 하이닉스와 같은 기형아를 나으며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부담이 된데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기운이 넘칠 때는 빅딜이라는 명분 하에 빵집과 떡집을 합치는 식으로 이집 저집 벽을 허물고 다니더니만 정작 마지막 기운을 써야할 때에는 돌아 앉아 선문답이나 주고받으며 여론이나 떠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빅딜 할 때는 주식 한주도 없으면서도 경영권을 마구 구사 하더니만 이번에는 동네 망한다고 이돈 저돈 다 거두어 제 이름으로 등기까지 해놓고도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 은행들 마다 정부 지분이 얼마나 되는가. 한빛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소속 은행은 1백프로 정부 소유요 서울은행도 정부지분이 1백프로요 조흥은행은 80.5%이다. 굳이 정부 소유은행을 헤아리는 것보다 정부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은행이 그저 신한, 한미,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고 헤아리는 것이 훨씬 쉽다.

정도를 걸을 일이다. 비록 빅딜에는 실패하고 하이닉스 같은 기형아도 만드는 정책적 실수를 저질렀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그 결과 우리 금융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습니다하고 당당히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금융정책 당국이 여론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빨리 은행간 인수 합병 문제를 매듭짓고 다시 소유권을 민간에 넘기는 민영화에 매달려도 시간이 빠듯한 시점이다. 갈 길은 먼데 벌써 노을이 지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금융구조조정이나 경제개혁이라는 것이 노을이 진다고 그냥 자고 갈수는 없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정책이란 어차피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은 모두를 다 실행 해볼 수 없는 것이고 보면 결국 정책에는 최선이 있을 수 없으며 차선의 선택이 최고의 결정이고 실행을 하면서 부작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당국자가 아닌가.

결국 이글을 쓰는 것도 정책 당국자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국민 앞에 겸손하면서도 당당히 일을 추진하는 관리들을 국민들은 원한다.

이제 겨울이 가고 내년봄 진달래꽃 피고 개나리꽃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그 후 일년간은 대한민국에서 선거 한 가지 빼고는 쉽게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다. 그사이 우리 금융을 몇 년 뒤로 후퇴 시키지 않으려면 정부는 빨리 은행들에 대한 주주권을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사할 일이다.

설겆이 하다 접시 한두개 깨는 마누라보다 더 나쁜 주부는 영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자식새끼 다 내 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는 아줌마다.

감사원은 왜 실수에 대한 책임은 조사하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직무유기나 직무포기에 대한 감사는 안하는지 모르겠다.

신사년 연말에 그려보는 우리나라 금융계 풍경이 어쩐지 갈 길은 아득한데 해는 저물어가고 정작 노를 저어야 할 사공은 먼산 바라보고 담배만 피우면서 선문답이나 주고받고 있는 동양화 한 폭으로 보이는 요즈음이다.

<강 종 철 편집위원>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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