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신사들의 운용체계가 아직도 크게 미흡해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본적인 운용은 물론 영업, 철학 등이 외국 투신사에 비해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점도 향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투신사의 진출이 크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국내투신사들의 운용체계의 후진성은 향후 외국계 투신사와의 경쟁에 있어 큰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국내투신사들도 저마다 운용철학을 표방하고 원칙에 근거한 운용을 한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편출입 등과 같은 편법운용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과거부터 지속돼온 관행이 굳건히 뿌리를 내려 쉽사리 고칠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으로 남아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아직 운용마인드와 투자 문화가 제대로 정착이 안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운용에 대한 고유 철학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계속 터져나오는 부실채권에 따른 손실과 이로 인한 투자자 신뢰 상실, 그리고 리스크관리 부재 등 운용철학 미비에 따른 부작용은 아직도 투신권을 짓누르고 있는 요인이다.
투신사 한 관계자는 “외국계 투신사의 경우 벤치마크를 철저히 중시하는데다 주식형펀드는 주식의 비중을 평균 95%이상 채우고 운용하는게 보통”이라며 “국내 투신사들은 주식비중이 평균 70~80%에 불과해 주식 편입비를 제대로 맞추지 않고 운용하는게 일반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펀드 운용의 관건은 과연 펀드의 본질에 맞는 운용을 하느냐는 점”이라며 “종목선정 과정이나 내부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투자 등이 철저하게 준수되고 있는지도 한번쯤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같은 내부 운용체계가 미흡할 경우 주식 약정에 있어서도 영업과 연계돼 원칙과는 무관하게 주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결국 주식 약정 등 객관적인 평가 기준하나 지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라는 것이다.
건전한 투자 문화를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인맥 등 주관적인 요소에 의존하기보다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하는데도 사정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품 영업에 있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하나의 펀드를 만들어 출시할 경우에 국내 투신사와 외국계 투신사는 천양지차라는 것. 외국계투신사의 경우 내부인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상품의 외부 인가 절차를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상품 인가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예를 들면 출시하는 상품에 관해 그 상품을 팔 경우 투자자가 지는 리스크는 무엇인지, 또 운용사가 부담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철저하게 내부 스크린을 거쳐 상품 출시를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판매사도 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지 혹은 과장돼 판매되고 있는건 아닌지를 상품 판매 전반에 걸쳐 철저한 확인 절차를 밟아야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비해 국내 투신사의 실정은 어떤가. 비슷비슷한 상품의 남발 속에 상품의 리스크와 특성을 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매우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운용과정과 철학, 상품 마케팅 등 운용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운용 시스템의 확립과 개개인의 마인드제고, 관행을 핑계삼지 않는 책임지는 자세 등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