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과 함께 온라인 트레이딩,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이 금융권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온라인 트레이딩의 비중이 전체적으로 65%에 이르고 있으며 인터넷뱅킹도 향후 3년 이내에 은행의 주요 대고객 채널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거래 수단이 전자화되면서 글로벌화를 급격히 촉진시키고 있다. 증권업계에의 경우 이미 각 국의 증권거래 시장을 연계시키는 글로벌 트레이딩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며 사설거래소인 ECN(Electronic Communication Network) 설립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적 수단을 이용한 신규 금융거래 영역인 ‘e파이낸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국금융신문에서는 창간 9주년을 맞아 ‘e파이낸스’가 주도하는 세계화 움직임과 이를 대비한 금융권의 준비상황을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컴퓨터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을 중심무대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적 제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사이버 자본주의(Cyber Capitalism)’를 모토로 세계 경제 및 금융제도와 거래패턴에 변혁을 일으키고 있으며, 특히 금융부문의 경우 온라인 트레이딩과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 지급결제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금융서비스에 눈을 돌리면서 금융 경쟁력의 핵심요소들을 변모시키고 있다.
인터넷 및 전자금융 거래수단을 매개로 하는 이른바 ‘e파이낸스’는 거래형태의 전자화와 글로벌화에 따라 금융권에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e파이낸스’에 대한 명확한 윤곽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이를 인식하고 나름대로 전략을 펼쳐가고 있다. 결국 궁극적인 승자는 미래 ‘e파이낸스’ 금융환경의 밑그림을 가장 정확하게 그린 금융기관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파이낸스’는 글로벌화와 함께 철저한 고객데이터에 근거한 고객관리로 특징 지워진다. 또한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그 가능성만으로 단숨에 거대 기업의 반열에 올랐던 것처럼 오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신화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은 국가나 금융기관 등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계 구석구석의 네트워크를 연결시키며 이미 상당부문 글로벌화를 진척시켰다.
오프라인에서 WTO(세계무역기구)가 국가간 무역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기술은 지구촌의 경제적 장벽들을 급속히 해체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세계 곳곳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는 언더그라운에서부터 사회, 문화적 장벽들을 허물고 있어 WTO가 경제적 효용에 근거해 시도했던 ‘세계화’라는 화두를 보다 빠른 시일내에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파이낸스’는 또한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금융 본연의 상품 및 서비스 경쟁과 함께 고객 개개인의 데이터에 근거한 선진화된 고객관리시스템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마케팅 전략과 상품의 특성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DW/CRM 등을 통해 고객관리 툴의 도입에 힘쓰고 있지만 축적된 데이터에 부재와 이를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금융권의 하드웨어적인 준비와 함께 디지털 수단을 이용해 국제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각국의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전자적 수단의 표준화기 이루어질 경우 또 한번의 대변혁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글로벌화 움직임은 은행권의 B2B 결제와 증권사들의 글로벌 트레이딩 및 ECN구축을 중심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자금융서비스를 다른 나라에 제공하고 관련 솔루션의 도입 및 수출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은 중국 및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홍콩 싱가폴 등 다양한 동남아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은행권의 경우 고유의 결제기능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간 상호 결제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다양한 e마켓플레이스를 지원하면서 국제간 전자상거래에 있어서 결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것.
기업 인터넷뱅킹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업자금관리 서비스를 준비중인 국내 은행권은 국내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함께 기업의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국제간 무역거래의 결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반면 장밋빛 시장전망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B2B 전자상거래는 무역 통관제도를 전자상거래 환경에 맞게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기업들이 전자무역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자체를 보편적 정서로 인식해 거래에 이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역서류의 전자화 및 이를 지원할 제도, 법률의 정비와 함께 원화/외화, 국내/국제 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단일 솔루션 및 전자상거래 프로세스와 결제/금융서비스의 통합을 필요로 한다.
또한 거래은행에 제한이 없는 솔루션과 위험관리를 포함한 거래형태에 따른 다양한 금융/결제서비스 및 지불보장, 신원확인을 포함한 안전한 거래 보장기능 등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및 글로벌 e커머스를 지원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비스와 B/L(선하증권), L/C(신용장) 등의 서류를 국내 및 국제간 유통시킬 수 있는 글로벌 트레이드 네트워크도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또한 국내 및 글로벌 e페이먼트를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페이먼트 네트워크, 각종 서비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합해 실수요자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중립적인 중개기관도 필요로 한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 은행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이덴트러스(Identrus)와 볼레로이다.
올해 말 50~60개의 은행을 시작으로 본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아이덴트러스는 국제간 B2B거래를 위한 공인인증기관으로서 현재 은행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결제 및 무역업무들을 수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볼레로는 국제적인 무역업무를 매개하며 e마켓플레이스를 지원한다.
특히 아이덴트러스 공인인증기관(CA: Certification Authority)으로 지정된 은행의 경우 하위기관인 등록기관(RA: Registration Authority)으로 가입하는 모든 은행들의 무역 프로세스를 매개하게 돼 부가적인 잇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에는 각 사별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ECN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원증권이 세계 최초로 온라인망을 통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8월 시작했으며, 3월에 국내 투자자가 일본주식을 매매할 수 있고 4월에는 홍콩주식 매매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일단 한국-일본-홍콩이 하나의 네트워크(ASExN: Asia Stock Exchange Network)로 이어지게 되며, 미국이 포함되면 세계적인 주식매매망(GSExN: Global Stock Exchange Network)이 탄생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KGI증권을 비롯해 대우 대신 등 대형 증권사들도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트레이딩시스템 구축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국내 고객의 경우 빠르면 올 상반기부터는 외국 주식을 안방에서 사고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래소간 통합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자사설거래소의 활성화 및 통합을 통해 24시간 글로벌 거래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기존 거래소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9년 유럽통화 통합으로 유럽의 증권거래소간 연대 강화가 본격화되는 것과 함께 뉴욕증권거래소와 동경증권거래소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특히 나스닥은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에 나스닥재팬을 설립할 계획이다. 싱가폴증권거래소와 대만증권거래소는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등 국내 및 국제적으로 거래소간 이합집산을 통해 글로벌 거래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도 설립이 활발하게 추진중인 ECN이 세계적으로 통합되면 24시간 거래체계가 구축돼 강력한 거래 네트워크로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동원 미래에셋 KGI증권의 글로벌네트워크는 장기적으로 ECN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KGI증권은 美 최대의 ECN社인 인스티넷(Instinet)과 제휴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금융거래 형태의 범지구화가 이루어질 경우 금융권 생존전략도 크게 변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고객도 주로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금융거래가 글로벌화 돼 다양한 금융노하우를 가진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이 온라인을 매개로 국내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경우 시장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