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운용사의 이름만 걸고 투자자문사들이 운용하는 이른바 ‘OEM펀드’의 기승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같은 OEM펀드는 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을 뿐더러 은밀하게 설정, 운용되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할 수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OEM펀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펀드의 실체와 정확한 규모 파악이 선행돼야 하지만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아무런 방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투자자문사 중에서도 일부 규모가 큰 자문사들이 운용사와 계약을 맺어 사실상의 운용사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OEM펀드의 기승은 결국 자문사가 운용사의 운용권을 빼앗는 것이며 투신업법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높다.
16일 투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의 투신사 이름을 도용해 운용되고 있는 OEM펀드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OEM펀드는 2가지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데 하나는 투신사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집해 펀드를 설정한 후 이중 일부를 자문사에게 운용하게 하는 행위와 자문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자금을 모집한 후 이를 운용사 이름을 빌려 펀드를 설정해 불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업법상 펀드 모집 행위를 하지 못하게 돼 있는 사람이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해 투신사 운용권을 사실상 빼앗아 이를 운용하는데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OEM펀드는 업계 질서를 뒤흔드는 행위로서 투자자문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문사 관계자는 “일부 규모가 큰 자문사 중에서 이 같은 OEM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그러나 OEM펀드의 위탁 운용 수수료가 기존 투신사 운용 수수료중 일부를 받는 것이어서 세간에 알려진 만큼 그렇게 큰 수익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문사들이 OEM펀드를 운용하는 이유는 사회성 높은 상품을 제공한다는 명성을 쌓기 위해 펀드명에 아예 자문사 이름까지 버젓이 등장시키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어려움에 처한 자문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문사는 일임계정을 통해 운용을 할 수 있지만 모집 대상이 투신사와 달리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고객을 상대로 일대일 맞춤형 상품을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자문사들이 OEM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일임 계정의 경우 증권사에 계좌를 열고 운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불법적인 OEM펀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운용사들이 원칙을 지키는 행위도 필요하지만 금감원과 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이에 대한 리스크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대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