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의 벤처지원이 벤처흔들기로 둔갑하고 있다. 한때 벤처캐피털들은 정부 벤처정책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1년이 지난 지금 벤처캐피털들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물론 코스닥 등 증권시장 상황이 한 몫한 것은 사실이다.
연초 정부 정책자금 보류로 최근에서야 결성되는 창투사 조합, 그리고 문화관광부의 재정자금(영진위 기금) 지원 보류로 펀드결성에 차질을 빚었던 창투사들의 원성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어이없는 정통부 자본금 3000억원짜리 창투사 설립계획. 아직도 묶여 있는 ‘락업제도’. 한국기술투자 서갑수 회장 공개수사로 위축된 시장분위기 등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침체된 코스닥시장과 향후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전망은 벤처캐피털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투자 분위기는 곧바로 수많은 벤처기업들에게 파급되고 있다.
▶ 지원보류된 정부기금
연초 중진공 내부문제로 연기된 1000억원대 재정자금 집행 보류로 창투사와 투자를 기다리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애를 먹었다. 그 결과 창투사들의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사상 최악.
<본지 4월2일자 9면 참조>
또한 영진위 자금집행보류로 700억원 규모의 영상펀드를 준비중인 창투사들도 조합결성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120억원규모 영상펀드를 준비중이던 신보창투는 70억원으로, 센츄리온기술투자는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펀드규모를 줄였고 일부는 펀드 결성을 연기하거나 포기했다.
이러한 펀드 결성 차질은 고스란히 투자유치를 기다리는 벤처기업과 영화제작사 애니메이션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정통부 창투사
첨단업종을 다루고 있는 정통부가 5월까지 3000억원을 출연해 에버그린캐피털(가칭) 설립을 추진하자 벤처캐피털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벤처캐피털업계는 다산벤처에 이은 에버그린캐피털의 출현이 벤처투자시장을 왜곡시키고 결국에는 벤처캐피털 산업을 위축시킬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즉 국영 벤처캐피털회사가 설립되면 시장 가치가 아닌 정책목표에 따라 관리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는 장외시장을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관리하려는 발상으로 자율경쟁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벤처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정부가 국영 벤처캐피털이었던 KTB네트워크(舊 한국종합기술금융)를 성공적으로 민영화시키 놓고 이제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
▶ 계속되는 락업(Lock-Up)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코스닥 시장을 통한 자금회수가 어려워지자 락업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락업제도는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할 때 이 업체에 투자한 창투사 등이 바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투자시점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내부적으로 락업 규정 폐지에 찬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주식투자자들의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기업협회와 일부 벤처기업들은 투자재원을 확보를 위해 락업 규정 폐지를 지지하고 있다. 락업제도는 벤처시장이 활황이던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점에서 투자사들의 무리한 주식매각을 제한하고 등록 벤처기업과 일반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도입했다.
한창호 기자 ch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