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이 올해부터 조합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도입하는 조합자금 일괄 예치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일괄 예치가 명백한 월권행위이고 투자 활성화를 저해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중기청은 일부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조항 신설로 보완했다며 제도시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등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최근 자금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 출자조합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조합자금의 금융기관 예치 의무 조항을 신설하고 올해부터 재정자금 출자로 결성되는 조합자금 전액을 금융기관(농협 정부대전청사지점)에 예치토록 했다. 이 제도는 그동안 정부사정으로 지연된 재정자금이 방출되자 들떠있던 창투사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됐다. 창투사들은 조합자금 일괄예치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창투사들의 주장은 정부의 조합관리 방안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재정자금만 농협에 예치하고 나머지 자금은 해당 창투사의 거래 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농협이 입출금 내역을 일괄 관리하면 투명성 확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창투사 입장에서 기존 거래 은행과의 거래 관계 유지가 필요하고 또한 일괄예치할 경우 주거래은행 등 금융기관과의 전략적 관계에 의한 조합 출자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창투사의 기존 거래 은행들이 자사은행 계좌를 통해 입출금 관리를 하는 조건으로 조합에 출자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창투사 한 자금담당자는 “조합 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조합 자금을 일괄 예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금의 일괄 예치는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전략적 관계에 있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지원을 어렵게 하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우려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조합은 창투사 자산이 아닌 조합원들의 개인 자산”이라며 “중기청이 일괄 예치를 추진한 것은 조합원으로서가 아닌 창투사 관리 주무부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기관이 출자하는 조합의 경우 해당 출자기관에 예치하는 등의 예외를 인정해 주고 있어 일괄 예치가 조합 결성에 차질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한 중기청은 개인 및 기업들이 참여하는 조합의 경우 오히려 조합과 기존 거래은행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창투사들의 불법대출 사건을 비롯해 최근 회사계정과 조합계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이익을 위해 조합자금이 운영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조합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금의 일괄 예치를 통한 통제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기존 거래은행과의 거래를 유지하면서 예치은행을 통한 자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 집행 후 투자 주식을 증권회사에 예치하고 주식 매각 등 거래가 발생하면 예치은행을 경유하게 해 내역을 관리한다”며 “중기청이 모든 조합자금을 일괄 예치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해결점을 시사했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