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인 미쯔비시가 국내 대형 창투사들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미쯔비시 종합상사는 국내 인터넷 시장의 점유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사업 아이템 개발을 위해 한국시장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국내 대형 벤처캐피털들은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어 미쯔비시상사는 투자자 입장에서 국내 대형사들을 상대로 느긋하게 실익을 따져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벤처캐피털들이 열악한 조건으로 자금을 유입해 국내 벤처산업이 해외 자본에 구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한기술투자, 한솔, 동원창업투자 등 국내 대형 창투사들이 조합결성을 위해 미쯔비시와 접촉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쯔비시는 지난해 50억원을 출자해 스틱IT벤처투자와 공동으로 150억원 규모의 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조합에는 정통부가 50억원, 미쯔비시상사 계열사인 MC캐피털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무한기술투자는 이달초 이인규 사장과 해외투자팀장 등이 日 미쯔비시상사 본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무한측은 자금담당 실무자를 만나 자금출자등에 관해 협의를 벌였지만 확답을 받지 못한 채 돌아왔다.
한솔창업투자도 지난해 PDA관련 업체에 공동으로 투자하면서 미쯔비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지난주에 미쯔비시 본사 자금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지만 폭설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솔창투 임직원들이 미쯔비시 한국지사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조합 결성을 협의 했다.
이외에도 동원창투를 포함해 최근 조합결성을 서두르는 대형 창투사들이 조심스럽게 미쯔비시와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업계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창투사들이 투자자금확보를 위해 이렇게 미쯔비시에 ‘구애’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쯔비시 입장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가장 좋은 조건으로 계약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
또한 최근 자금난으로 벤처캐피털들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투자의사 결정시 최종 결정권을 요구하거나 조합 결산시 손실분담 등에 있어 일본 측 조합원에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투자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정부, 벤처캐피털 모두가 함께 방안을 마련해야만 향후 해외자본에 예속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