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금융전산 지원한계 입증
中 업체 도덕성 믿을만한가
下 아웃소싱의 대안은 있나
산업은행이 삼성SDS와의 아웃소싱 재계약을 앞두고 효과적인 방향에 대한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은행 신정보프로젝트는 일단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토털 아웃소싱이라는 주제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산업은행 사례를 통해 국내 금융권에서 토털 아웃소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99년 11월 산업은행은 삼성SDS와 C/S환경의 신정보시스템 개발 및 전산 운영부문의 토털 아웃소싱을 시도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아웃소싱 추진과 관련 노조와의 갈등은 물론 ‘은행전산시스템 구조 개혁방안’이라는 괴문서가 나돌아 곤혹을 겪기도 했다. 최근 산업은행은 3월초 신정보시스템 오픈을 앞두고 삼성SDS와의 재계약 여부와 방향에 대해 검토를 진행중이다.
산업은행 사례를 통해 살펴볼 때 국내 금융권에서 토털 아웃소싱은 아직까지 ‘몸에 맞지 않은 음식’으로 보여진다. 신정보시스템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토털 아웃소싱 전개시 예상되는 문제들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배포된 금융감독원의 IT부문 아웃소싱 지도방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토털 아웃소싱 관련 리스크로는 IT부문에 대한 통제기능 약화와 아웃소싱 업체 도산시 영업지속 곤란, 정보처리서비스 제공능력 의문, 금융정보 유출 우려, 서비스비용 적정수준 산정 곤란 및 비용절감 효과 의문 등이 지적됐다.
산업은행 사례에서는 우선 금융시스템에 대한 아웃소싱 업체의 지원능력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대출관리시스템과 외국지점망 관리시스템 등 애초 삼성SDS가 담당하기로 했던 시스템들이 다른 전문업체에 맡겨지는 등 하청업체 인력들의 잦은 이동과 업무이해 능력부족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다양한 투자은행 업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금융업무 파악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한 관계자는 금융지식이 전무한 단순IT인력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2~3배의 노력이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실제 운영에 들어갔을 때 아웃소싱 업체가 현업의 요구를 원활히 수용할 수 있느냐도 의문시되고 있다. 기존 금융권 IT인력과 현업의 의사소통도 문젯거리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외부 IT업체가 과연 현업의 업무요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실제로 그룹 전산계열사로부터 아웃소싱서비스를 받고 있었던 모 증권사는 지난해 전산관리 부문을 되가져오는 백소싱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그룹 계열사로부터의 서비스가 이정도로 부실하다면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비용절감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토털 아웃소싱이 비용절감에 유리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 금융권에서 토털 아웃소싱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도 비용절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함께 IMF구제금융 이후 IT자산 매각으로 단기 유동성을 호전시키고 전체적인 조직슬림화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권유됐다.
반면 10년 이상의 토털 아웃소싱을 경험했던 미국의 9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1500명의 CIO 가운데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절감 효과를 본 곳은 31%에 불과하고 69%는 비용절감 효과가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런 대안이 없는 금융기관은 업체의 요구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에서도 증권사 전산부문을 아웃소싱해왔던 증권전산의 가격정책이 불합리해 많은 증권사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증권전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한 증권사는 초기 비용이 아주 저렴했던 것에 비해 서비스 이용 후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현재 초기 비용의 6배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