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당분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은행측은 “지주회사 설립사무국으로부터 보류요청을 받아 참여 기관들과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빛은행이 추진중인 500억 규모의 통합단말 프로젝트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지주회사 설립사무국이 차세대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한 이유는 사무국 및 지주회사 참여기관 간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계약을 진행한 데서 비롯됐다. 공적자금 수혈과 함께 초대형 전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의 눈초리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 설립사무국 설립시점에 전격적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데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빛은행은 올해 900억원 규모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최소 5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통합단말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체선정에 착수한 상태다.
올해 순수하게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IT예산만 1500억원에 이르러 실제 투자규모에서는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액수다.
반면 한빛은행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빛은행은 99년부터 업체선정 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3월 엑센츄어(舊 앤더슨컨설팅)의 ‘알타미라’를 차세대 패키지로 선정했으며 적용사이트 방문 등 실제 계약을 위한 준비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본계약전까지 갭분석 등 실제 프로젝트 착수를 위해 이미 50여억원을 지불했으며 한빛은행 내부에서는 지난해 12월 21일 최종 계약결정이 내려졌다. 설립사무국과의 절차 문제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프로젝트 계약을 즉흥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것.
또한 지주회사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볼 때 현실적인 여건상 한빛은행 중심의 통합이 불가피해 특별한 협의없이 지주회사를 대비한 전산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규모차이가 현저한 데다 나머지 참여기관들이 한빛중심의 지주회사 구도에 반발하고 있어 다른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기도 했다.
또한 차세대 프로젝트의 특성상 신속한 일정을 요구하는 부문도 있다. 한빛은행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02년 9월까지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돼 내년 6월 지주회사의 실제적인 통합과 함께 2003년부터는 우수한 전산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주회사 나름의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게 된다.
한빛은행측은 지주회사가 투자은행이 아닌 일반 상업은행의 형태를 띠게 되는 한 현재 추진중인 차세대시스템을 통해 카드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무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설립사무국과의 의사소통 창구가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설립사무국내 전산전문가가 없었을 뿐더러 한빛은행을 비롯한 참여기관들의 사정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일부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기는 했지만 단지 형식에 머물렀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빛은행이 단독으로 계약을 추진했던 배경에는 설립사무국의 늑장대응도 한몫했다는 것.
차세대 프로젝트의 독단적인 추진과 관련 한빛은행이 이미 도마에 올라있는 만큼 프로젝트의 지속여부는 냉철한 평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7월 실제 통합을 경험하게 될 지주회사의 밑그림이 한빛은행 중심으로 갈수밖에 없다고 할 때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 지엽적인 요소에 집착해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향후 지주회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산 인프라를 갖춘다는 목표아래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한 경쟁력 향상여부에서부터 한빛은행이 지향하는 시스템과 지주회사의 전체적인 전략에 대한 정합성 여부에 대한 비교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컨설팅펌 선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다. 컨설팅을 위한 컨설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전산부문에서 만큼은 한빛은행이 참여할 게 될 지주회사의 구도가 비교적 단순해 참여기관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설립사무국이 지주회사의 향후 경쟁력과 전산속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대규모 전산투자로 인한 공적자금 손실과는 비교가 안되는 피해를 국가경제에 끼칠 수 있다며 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