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말 이후 지방을 본점소재지로 설립된 창투사들이 최근 대주주의 자금난, 투자업체 선정의 한계 등을 극복하고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당시에는 창투사 설립에 있어서 지방 중소기업의 균형된 발전을 위해 본사를 서울지역에 두는 것이 금지됐었다. 설립 초기 그나마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갖고 투자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최근들어 벤처산업의 모든 역량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역한계에 부딪쳐 왔다.
여기에 지난 97년 서울지역 본사설립 금지조항이 풀리면서 서울집중화 현상이 심해져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창투사 등록 1호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부산벤처는 지난해 8월 금융지주회사인 CBF에셋에 매각됐다.
부산창투는 80년대말 설립당시 부산 상공인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중앙종금에서 지분을 인수한 후 나름대로 내실있는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중앙종금의 경영악화로 인한 자금확보가 관건이 되면서 중앙종금 영업정지 하루전인 지난 8월말 CBF에셋과 투자자문에 인수됐다. 양사는 사명을 CBF기술투자로 변경하고 수도권 영업과 함께 부산인근의 벤처기업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경남창업투자는 기존 한길파이낸스 계열 IMI가 대주주였다. 하지만 파이낸스사 지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투자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받기도 했다. 최근 50%가 넘는 IMI지분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고 동사의 포트폴리오가 건실해 향후에는 활발한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뉴비젼창투(구 광은창투)와 인사이트벤처(구 대구창투)도 작년 사명을 변경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보력의 한계, 자금난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인사이트벤처의 경우 투자업체인 리타워텍 지분가치가 최고대비 거의 50배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기회손실에 투자업체 관리차원에서 회사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지방벤처가 가지는 네트워크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창투사들은 나름대로의 정보 창구를 가지고 있어 대부분 빠져나온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마산에 사무실이 있는 성은창투의 경우도 기존 대주주인 통일 그룹계열사인 통일 중공업이 화의에 들어가 유동성 위기설이 대두됐으나 최근들어 통일재단에서 중공업지분을 인수하기로 해 새로운 투자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창투업계 한 전문가는 “지방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벤처기업들도 문제”라면서 “하지만 이들 기업에 혈액을 공급하는 창투사 관계자들도 지방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 벤처캐피털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업체 발굴과 양질의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정훈 기자 jh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