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산부문의 경우 인력감축과 함께 합병의 효과를 조기에, 가시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빛 평화 경남 광주 제주은행 등 지주회사 대상은행들은 전산통합 방식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면 피흡수은행들은 지주회사가 아닌 사실상 합병을 의미하는 P&A방식의 전산통합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전체 시스템이 사장될 수도 있는 한빛은행 중심의 P&A IT통합에 반발하고 있는 것.
피흡수은행 관계자들은 지주회사의 근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산부문만이라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통합작업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성급하고 천편일률적인 통합으로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과거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또한 개별 은행들의 전산노하우를 살리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공동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통합방식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시스템의 공동개발을 통해 대폭적인 전산자원 공유와 투자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평화은행 관계자는 “일정기간 동안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호스트를 비롯해 단위시스템 업무에 대한 공동사용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C/S 환경의 광주은행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시 오픈 환경을 채택할 경우 경비절감과 함께 다양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유닉스 환경은 시스템의 공동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경비절감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
반면 아직까지는 한빛은행 중심의 금융 지주회사가 설립돼 전산부문도 P&A형태로 흡수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양호한 신한은행의 경우에도 이업종 계열사들에 대한 획기적인 전산통합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센터와 네트워크의 공동사용 정도만 추진중이어서 동일업종 지주회사인 경우에는 흡수통합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
관계자들은 은행권 시스템 공동개발이 시도된 적이 있는 만큼 지주회사라는 ‘우산’ 아래에서 서로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전산통합 모델개발을 서두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지주회사가 부실은행 간의 단순결합을 지양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산부문에 대해서도 손쉬운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닌 금융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요소로써의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