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주가조작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ㆍ다국적화ㆍ다단계화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다단계 점조직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 불법대출이 대주주의 압력에 의해 빈발하고 있다. 대주주들은 주로 벤처사업으로 일군 종자돈을 교제비로 사용, 인맥을 형성하면서 자신들만의 끈끈한 청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사교모임에서 오가는 말들이 곧바로 주가 끌어올리기에 이용되는 등 감독당국으로서는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기 조차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이 과정에서 역외펀드가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조사과정에서 某증권사가 개입해 역외펀드로부터 자금이 유입된 경위(일부 홍콩계 자금)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했다고 거론되는 종목은 총10여개. 외자유치 사기설이 퍼졌던 리타워텍과 유일반도체도 포함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99년 4월1일 개정된 외국환거래법상 국내 금융기관이 역외펀드를 설립하면 곧바로 한국은행 총재에게 신고하게 돼 있지만, 타국적 역외펀드에 지분출자를 하는 경우는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설립했던 역외펀드는 감소추세에 있지만, 반대로 이들 외국계 역외펀드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 이들 외국계 역외펀드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특정종목의 주가조작에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 주가조작이 과거에는 일부 ‘업자’와 펀드매니저간 부패고리로 인해 발생했던 데 비하면 최근의 다단계 주가조작은 제도권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외국금융기관까지 가세하고 있어 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어 주가조작 혐의도 찾아내기 힘들고 외국과 한국의 감독법규가 달라 ‘검은머리 외국인’의 실체를 밝히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문병선 기자 bsmoo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