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금융계는 은행장들이 합병을 선언해도 실제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중론이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장들의 이동 가능성, 합병 선언 이후 JP모건-칼라일 그룹의 하나은행에 대한 실사 등 은행 외적인 변수가 합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 JP모건-칼라일 동의했나
JP모건-칼라일 그룹은 투자를 목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합병을 통해서 한미은행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JP모건-칼라일 그룹이 한미은행 측에 5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연말까지 부실채권을 모두 정리할 것을 요구한 것은 합병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합병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대등합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주장이다. 주가와 자산규모 등 모든 경영지표에서 두 은행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비록 대등합병 형식을 취하더라도 내용은 흡수합병이라는 입장이다. 한미은행도 이러한 합병 논리를 잘 알고 있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외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해 왔다. 두 은행의 경영지표에 따르면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은 총자산 규모와 직원, 점포수 등에서 0.7대 1의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평균 700~800원 차이로 하나은행이 높다.
이러한 경영지표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은 한미은행을 흡수 합병하는 형식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한미은행은 외자가 들어오면 경영지표는 높아질 것이며 무엇보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아 실제 하나은행과의 차이는 별로 없는 대등 합병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존속법인에 대해 두 은행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미은행은 은행 설립 시기가 먼저인 만큼 당연히 존속법인을 한미은행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나은행은 모든 경영지표에서 앞서는 만큼 하나은행 법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은행명은 어떻게 될까
통합은행의 행명은 과거의 합병 사례에서 새로 은행 이름을 정한 한빛은행의 경우와 기존 이름중 하나를 선택한 국민 하나은행의 경우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여러 가지 면에서 효율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하나은행의 경우도 고객 설문 조사와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통해 한미 하나중 한 이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도 양측은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미은행은 은행명을 ‘하나은행’으로 한다면 자칫 고객들에게 흡수합병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직원들의 사기저하도 우려되는 만큼 한미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고객 선호도나 대외 이미지 등에서 자신이 있는 하나은행은 어차피 합병이 된다면 한 은행이 되는데 은행명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고객들이 원하고 기존의 고객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은행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 중복점포는 몇 개인가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한다면 최소 70∼80개의 점포가 폐쇄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두 은행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나은행은 보람은행과의 합병 이후 중복점포 정리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은행과의 합병에 따른 중복점포의 폐쇄가 지금에 와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폐쇄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점은 반경 500m 이내에서 서로 중복되는 것들이지만 이들 점포가 모두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에는 어떤 곳을 폐쇄할 지 결정하기가 쉽지않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지점이라도 점주와 고객의 특성이 판이하게 틀린 경우가 많다”며 “본점에서는 단순히 거리를 폐쇄의 평가기준으로 삼겠지만 실제로 폐쇄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포함해 점주의 특징, 고객의 동선, 폐쇄에 따른 고객 이탈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 정리대상 인력은 얼마나
한미은행 신동혁 행장은 지난달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명예 퇴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합병에 따른 지점 폐쇄와 본부 부서의 통폐합에 따른 명예퇴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점당 평균 직원은 한미은행이 12명, 하나은행이 10명으로 70개의 지점 폐쇄를 기준한다면 두 은행을 합해 최소 700명 정도가 은행을 떠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두 은행은 직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합병에 따른 적정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은행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퇴직금만 보장받는다면 은행을 그만두겠다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4, 5급 직원을 중심으로 고급 인력들이 대거 은행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예퇴직금은 최소 국민은행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두 은행 노조의 공통된 의견이다.
■ 은행장 거취는 어떻게 되나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면 은행장을 포함, 양측 임원들의 거취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신동혁 행장과 김승유 행장의 경우 이근영 위원장이 합병은행에 대해서는 회장제를 용인하겠다고 말한 만큼 한 사람은 회장을, 다른 한 사람은 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러나 다른 변수도 있다. 은행권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장 이동이다. 특히 한미은행 신동혁 행장의 경우 앞으로 한미은행에서 할 일이 많은데 왜 떠나냐는 입장이지만 금융계 안팎에서는 신행장의 다른 은행으로의 이동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미은행 일각에서는 혹시 신행장이 움직일 경우에 대비해 새 은행장을 추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신행장이 떠났을 때 부행장이 직무대행을 하는 체제로는 하나은행과 동등한 합병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이사회를 개최해 부행장을 행장으로 선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신동혁 행장이 세간의 루머처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가능성 보다는 한미은행에 계속 남아 합병후 회장이나 은행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이 있는 한빛은행에 한일은행 출신의 신행장이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며 신행장 입장에서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행장 본인도 세간의 입방아 때문에 괴롭다고 말할 정도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