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험사의 구조조정 대상을 지급여력비율로만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2단계 금융구조조정안에서 보험의 경우 분기별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미달하는 보험사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급여력비율이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재는 잣대로 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급여력비율은 삼성화재가 가장 높고 LG 쌍용 동부화재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신동아 제일 대한 국제화재 등은 지급여력비율이 기준에 미달했으며, 현대해상은 기준을 간신히 넘어선 상태다.
금감원의 잣대대로라면 손보업계 2위사인 현대해상은 경영상태가 불안한 회사에 속한다.
그러나 이에 동조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별로 없다. 지급여력비율이 높은 회사라고 해서 꼭 안정된 회사이고, 지급여력비율이 낮다고 해서 불안한 회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당시 해동화재를 제외한 10개 손보사가 모두 지급여력비율이 안정적이었다. 그 회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1년도 채 못돼 지급여력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이렇게 된데는 주식시장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지속돼 대규모의 투자영업수익을 올렸고 그 결과 지급여력비율이 올라갔으나, 올 들어 폭락장세가 지속되면서 유가증권 평가손이 늘었고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손보사의 경영상태가 안정적이다가 불황이면 불안정해지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도 이와 같은 손보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구조조정에 예외란 있을 수 없다며 지급여력비율이 미달하면 예정대로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겠다는 강경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는 IMF 파고도 무사히 넘는 등 타 금융권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시장이었다”며 “보험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급여력비율이라는 잣대로 칼날만 휘두르려하는 금감원의 탁상행정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급여력비율과 함께 다른 기준도 추가로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구조조정 기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해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손보사들은 올 사업연도 결산이 끝나는 내년 5월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