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결산기가 시작되면 수많은 업체들이 신탁상품의 손익상황을 봐가며 기존 퇴직신탁(보험)에서 탈퇴한 후 신규 가입한다. 이를 앞두고 투신권은 지난 5월부터 상품개발 준비와 기업체 물색에 나서며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투신사들로서는 안정적인 자금공급(보통 1년이상)이 가능한 수조원의 시장을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신투자신탁이 대신증권을 판매사로 ‘대신 불 퇴직투자신탁’ 상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대신 외에 현대 대한 한국 등 3투신과 동양오리온 제일투신 등도 빠르면 이달말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대신 불 퇴직투자신탁’은 완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원금에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이 상품은 기업의 자금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납입이 가능하고, 가입후 1년이 경과되면 금융시장의 사정에 따라 채권형, 국공채형, 혼합형 상품간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퇴직상품 시장에서 증권 및 투신사의 경쟁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퇴직상품중 보험권의 퇴직보험은 약정금리를, 은행권의 퇴직신탁은 원금 보장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입장에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신권의 상품에 굳이 퇴직금을 맡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투신권의 퇴직신탁 상품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유치전은 되레 격화되고 있다. 몇몇 기업주만 잡으면 수백억원의 자금이 한꺼번에 들어와 투신사로서는 이같은 시장을 놓칠 수 없다. 이 때문에 은행 보험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퇴직신탁상품 시장에서 단연 선두를 지키고 있는 보험사들은 증권발행 등으로 기업과 접촉이 빈번한 증권 투신사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증권 및 투신사는 계열사를 총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삼성투신이 참여하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동일한 계열사를 두고 있는 현대 삼성생명등과 집안에서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계열사를 끼지 않는 은행의 퇴직신탁 위세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물밑 로비전이 몇몇 투신 및 증권사들 위주로 가열되면서 리베이트 제공, 적용이율 보장 등 불건전 경쟁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주들은 퇴직신탁(보험)에 가입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사례비를 받아왔다. 얼마전에는 한스종금의 신인철 사장이 단체퇴직보험을 가입해주고 리베이트를 받은 대가로 구속되기도 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