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적되는 시가평가사의 문제는 모회사인 신용평가사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한국채권평가, KIS채권평가, NICE채권평가 등 3개 채권평가사들은 모회사인 신평사들이 지분을 30~66%까지 소유하고 있어 이들의 입김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전문적인 시가평가 기능을 수행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한국채권평가를 제외하곤 KIS, NICE 채권평가는 모회사인 한신평과 한신정 출신들이 사장으로 취임해 이같은 오해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평가사들이 이들의 입김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신평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에 대해 채권평가사들이 시장 상황을 반영한 가격으로 이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형과 실적위주로 진행된 신평사들의 평가와 달리 미래지향적이고 발행시장에서의 신용평가, 기업들의 재무상태를 반영하는 공정한 평가기능 수행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 가격평가를 모델로 하기보다는 시장에서의 기업 재무상태에 대한 내용을 평가하는 시장 지향적 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 “ 재무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이 부도날 경우에도 이를 소신을 갖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채권평가사들이 투신을 상대로 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투신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영업준비가 미흡한 탓에 향후 채산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으로 보수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 현재 증협이 제공하는 시가평가테이블을 사용하는 데 한달에 150만원이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 채권시가평가사들이 제공하는 테이블을 사용할 경우 펀드 순자산 규모에 비례해 1만분의 1을 보수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이 채권평가사들의 자본금을 30억원으로 잡은 것도 진입장벽을 높여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종류별로 특화된 회사들이 나오고 이를 토대로 상호 경쟁을 유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제한규정을 붙인 것은 채권시가평가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태경 기자 ktit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