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미국의 경제지표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GDP예상치는 5.8%. 예상치 5.2%를 훨씬 웃돌아 경기과열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게 됐다.
CPI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비용지수 역시 예상치 0.8%를 상회하는 1.1%. 뿐만아니라 생산물(완성품) 가격 움직임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도 예상했던 1.5%를 크게 넘어서는 2.0%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표 결과들은 모두 미국의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금리인상의 폭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어서 미국증시는 순식간에 냉기류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린스펀 FED의장은 의회에 출석해 ‘최우선의 목표를 물가안정에 두겠다’는 예의 경기과열 억제론을 재차 강조했다. 곧 개최될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폭이 0.25%가 아닌 0.5%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며, 미국의 경제상황이 이 상태로 계속되면 앞으로 몇차례의 금리인상이 추가로 더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미국 증시에 쇼크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다우 공업지수는 무려 6.6%(289.15포인트)가 하락한 10738.87로 끝났고 나스닥 역시 152.49포인트가 빠진 3887.07로 마감해 4.48%가 하락했다. 최악의 경제지표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경계심이 미국의 투자자들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물론 일부 낙관론자들은 ‘지표 공개에 따른 일시적인 쇼크’로 치부하기도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세’로 인식돼온 낡은 테마일 뿐이며, 결국 인상을 단행하고 나면 시장은 다시 조용해질 수도 있다는 것. 잠시동안의 조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조정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어찌됐든 미국증시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주말 모처럼 큰 폭의 지수상승으로 기대를 모았던 우리 증시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말 외국인들이 무려 2064억원을 순매수해 ‘극적 반전’이라며 흥분했던 투자자들의 심리는 그야말로 또다시 ‘극적 반전’의 요소에 직면하게 됐다. 반도체와 통신주가 다시 주도주로 부상할 것인지에 쏠리던 관심도 미국증시의 움직임에 대한 불안감에 묻히게 됐다.
성화용 기자 shy@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