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을 기웃거리고 있는 곳으로는 현대계열의 일부 기업들과 소수의 SK그룹 계열사등이 포함돼 있으며, 거의 은행자금을 이용하지 않았던 한국통신프리텔도 최근 일부 시중은행과 접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주로 조달해온 대우그룹외의 5대재벌과 소수의 우량 대기업이 이처럼 은행권으로 돌아온 것은 당장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직접금융시장의 경색기조가 오래갈 것을 대비해 미리 자금라인을 확보해놓자는 포석인 듯. 실제로 최근 산업은행에 돈을 빌리러 온 SK그룹의 한 계열사나 하나은행에 오퍼를 낸 한국통신프리텔의 경우를 포함 대개의 우량 대기업들은 진지하게 대출을 신청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이들은 대개 ‘싫으면 말라’는 식의 고자세라고 한다.
일부 대기업들의 이같은 변화를 ‘공급자 시장’으로의 전환 조짐으로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물론 회사채 시장의 경색기조가 장기화되고 증시침체가 지속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기업들 가운데는 여전히 은행대출을 기한전에 상환하겠다는 압력을 넣고 있는 곳도 있다. 일례로 필립스와 합작한 LG-LCD는 최근 산업은행과 대출금 기한전 상환협상을 진행중이다. 합작선인 필립스측이 조달금리 10%를 넘는 자금은 모두 정리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데 따른 것. 산업은행 역시 어쩔 수 없어서 기한전 상환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성화용 기자 shy@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