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은 전국 SK주유소와 인근 편의점(am/pm) 6천곳에 내년부터 자동화기기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주유소와 편의점 이용고객을 상대로 한 리테일뱅킹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한빛은행도 최근 LG유통과 점포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5백10개 편의점에 1천여대의 ATM기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도 2백16개 세븐일레븐 점포를 대상으로 내년 연말까지 총 5백대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편의점에 ATM기를 설치해 소액 현금 거래자들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이지만 국내 금융환경에 맞지 않아 그동안 은행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주택은행 한빛은행 하나은행이 이같은 저인망식 금융서비스에 본격 나서게 될 경우 국민은행과 농협 조흥 외환은행 등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여타 후발은행과 지방은행의 리테일뱅킹 전략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관련기사 11면>
6일 금융계와 IT업계에 따르면 주택과 한빛, 하나은행은 현금인출 서비스 외에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영화티켓, 개인 신용정보 조회 등 자동화기기의 다기능화를 통해 대고객서비스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또 자동화기기에 인터넷뱅킹등 최신 금융IT 기법을 단계적으로 접목함으로써 현금인출기의 기능을 크게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이다. 이 경우 이들 은행은 사실상 전국에 수천개의 점포를 새로 신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소액 고객들이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 금융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로인해 창구거래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은행은 지난 9월, 총8백8대의 환류식 ATM기를 도입한 바 있고 또 최근에는 한국신용정보에 전국의 무인점포 관리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등 자동화기기 운영전략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은행측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주유소나 편의점을 통한 ATM기 설치계획이 구체화된 게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IT업계 관계자들은 “주택은행이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 이미 심도있는 검토작업을 마쳤으며 공급업자 선정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내년초에 가시화될 것”이라고말했다.
한편 주택과 한빛, 하나은행의 프로젝트가 가시화될 경우 자동화기기 업계의 特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ATM기 가격이 대당 3천만~3천5백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3개 은행의 물량만 2천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이는 국내 대형 시중은행 1년간 전산투자비의 두 배와 맞먹는 액수로 국내 은행권의 단일 IT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