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증권전산으로부터 고객위탁원장을 이관한 현대증권은 22일 새로운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 오픈을 계기로 특유의 홍보작업과 수수료 인하, 주식거래용 단말기 무료제공등을 통해 야심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장이관을 계기로 첨단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 개발, 사이버증권사 설립, 백업센터와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등 전산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업계 최고의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선두권인 LG증권 대신증권이 15%내외의 온라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현대증권은 내년까지 30%로 점유율을 높인다는 방침. 업계 관계자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홍보력을 가진 현대증권이 ‘사이버시장 제패’를 선언한 만큼 어떤 양식으로든 시장구도의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증권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경계와 더불어 우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현대증권의 불안정한 시스템과 최고 경영진의 ‘밀어부치기 식’ 경영의 ‘잘못된 만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현대증권의 온라인서비스는 최고 수수료와 최악의 전산서비스라는 혹평을 받았다. 고객은 물론 ‘스탁피아’등의 평가에 있어서도 대형사는 물론 중형사들에도 뒤지는 점수를 기록했다.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던 초기 ‘바이코리아’와 대형 증권사라는 지명도만 믿고 현대증권 시스템을 사용하던 많은 고객들이 이미 현대증권을 떠났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 사고로 고객과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증권의 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호스트와 하위 애플리케이션 운영문제를 지적한다. 그 동안 IBM호스트를 사용해오던 현대증권이 원장이관과 함께 탠덤기종으로 바꾸면서 실무진들이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
사실 기종선정 과정에서 증권전산과 대우증권의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탠덤기종을 주장하는 경영진과 IBM을 주장하던 현 강희열전무간의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전무가 잠시 현대를 떠나기도 했다.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새로운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 오픈 이후에도 시스템 불안으로 접속이 원활하지 못해 HTS시스템, ‘5단계의 수수료’ 차등화와 함께 고객들의 불만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증권은 협회차원에서 진행된 인증외에 독자적인 Y2K인증도 받지않았다. 가트너그룹이 참여해 신뢰도가 높았다는 평도 있지만 현대증권의 홍보마인드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않는 측면도 있다.
시스템 불안외에도 현대증권 최고 경영진의 ‘밀어부치기 식’ 경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이코리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방식은 전산운영에는 치명적이라는 것. 정책내용과 일정이 미리 결정된 후 전산부문이 이를 지원하고,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리한 프로젝트 강행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
현대증권의 경우 어느 조직보다도 의사결정 구조가 집중돼 있기도 하다. 이익치회장의 구속과 함께 여러 전산 프로젝트 추진이 중단된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원장이관 후 충분한 안정화 기간을 거치지 않은 현대증권이 전사적인 차원의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만일의 경우 현대증권의 홍보작업과 맞물려 시장점유율을 높인 상태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현대증권은 물론 업계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증권의 사이버시장 제패는 진가가 입증된 홍보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전산부문과 얼마나 잘 조화시키는 데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김춘동 기자 bo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