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국민창투, 리젠트등 관계당사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주변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리젠트가 문제삼은 것은 국민창투의 특정 투자내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창투가 투자한 건 가운데 사전에 파악되지 않은 내역이 너무 늦게 발견됐으며, 그 사안이 중대한만큼 ‘딜’을 계속할 수 없다는 요지.
이에대해 국민은행측은 “합의에 의해 실사까지 마치고 이제와서 사소한 내용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문제삼은 투자내역이 현재 손실이 나있거나 부실화된 것도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측은 리젠트측의 이같은 이의제기를 의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시간을 끌면서 ‘딜’을 깰 구실을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제기한 문제의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인데다, 딜이 진행돼온 과정과 최근 리젠트그룹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인수해온 방식등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의혹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창투 인수와 관련해 리젠트그룹, 정확히는 리젠트 퍼시픽 프라이빗 에쿼티(Regent Pacific Private Equity)와 국민은행간에 사실상의 계약이 체결된 것은 지난 8월27일.
이 때 ‘헤즈 오브 어그리먼트(Heads Of Agreement)’를 교환했는데, 그 내용이 거의 일반적인 계약서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2만원에 인수하기로 프라이싱도 확정됐으며, 실사등의 절차를 마쳐 이제는 減資와 인수대급납입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당초 국민은행측은 지난 10월말경 대금납입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져 결렬위기까지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 딜을 주도했던 핵심인물이 리젠트그룹을 빠져나갔다. 그 이후 국민창투 인수건에 대해 리젠트 내부에서는 그리 탐탁지 않은 시각이 많았다는 관측이다.
일련의 정황으로 볼 때 어떤 곡절이 있었든 국민창투 인수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번복할만한 리젠트 내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번 국민창투건을 계기로 M&A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젠트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이고 있는 잇단 금융기관 인수작업들에 대해 다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리젠트가 벌여놓은 인수건만해도 국민창투를 비롯, 5백억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돼야하는 경수종금 인수계약이 체결됐으며, 해동화재에 대해서도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 결정으로 사실상 무산된 대한투신 역시 최근까지 리젠트가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한 곳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일을 벌이고 있지만, 리젠트는 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역량이 확보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계획부터 공개해놓고 ‘펀딩’에 나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창투 인수건이 결렬위기에 이르게 된 것도 실상 여러 딜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자금확보가 충분히 안된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비판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리젠트가 언론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금융기관 인수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의 딜을 반복하고 있다”며 대한투신 투자계획을 그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애초부터 역량에 벅차는 투자건인데, 대한투신의 급박한 사정으로 인해 리젠트의 주가를 높이는 데 효율적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민은행측은 국민창투 인수와 관련한 리젠트의 이의제기에 대해 이번주초 공식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문제삼은 내용이 딜을 깰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만약 인수협상이 결렬된다면 전적으로 그 책임은 리젠트에 있다는 내용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을 예정.
일주일정도 시간을 두고 회신을 기다린 후 이달말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송등 법적 절차를 밟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이미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만약 리젠트측이 끝까지 이의를 제기한다면 소송을 제기해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젠트는 국민창투 인수 증거금조로 美貨 4백만달러를 예치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