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DR발행에 실패하면서 조흥은행은 스위터너를 붙여 DR발행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변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조흥은행은 아직 DR발행을 최종 포기한 것은 아니며 일주일정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연내 DR발행은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같다. 주가가 최소 6천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감미료를 쳐도 해외투자가들을 유혹하기는 어렵다.
DR발행 실패는 두 은행 입장에서는 내년부터 클린뱅크로 새 출발하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경제 전체로는 IMF 이후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던 은행 구조조정이 벽에 부딪쳤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단순히 연말 BIS 비율만 놓고 본다면 조흥은행이나 외환은행이 10%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은행은 FLC 기준에 따른 충당금 적립을 70%만 하면 10% 달성이 가능하다. 조흥은행도 금년말과 내년에 50%씩 적립하면 10%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 은행의 해외DR 발행 실패는 대우사태 발발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에 비쳐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데, 10억달러로는 크게 부족하고 앞으로 경영 부실화에 따른 감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해외투자가들 입장에서는 리스크 태이킹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에 대해 해외 투자가들이 이같은 평가를 내렸다면 이는 한국의 은행산업 전체에 대해, 특히 국내 은행들의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연내 DR발행이 사실상 물건너 간 상황에서 조흥은행이나 외환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자본확충방안은 국내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이며 실제로 이같은 방안들이 두 은행에서는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주가가 겨우 액면가를 넘는 현실에서 정상적으로는 국내 유상증자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상반기 증자를 한 신한은행이나 경남, 부산은행처럼 증자 참여자들에게 헐값에 BW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작용 때문에 금감원이 상장법인 재무관리 규정을 고쳐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는 상황이다.
국내 유상증자가 쉽지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만기 10년이상의 영구 후순위채나 누적적 우선주 등 이른바 자본성격이 강한 후순위채 (Upper Tier 2 Capital) 발행도 검토되고 있으며 JP모건은 실제로 선발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유혹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퍼티어2 캐피털 확충은 10년이상 장기에 걸쳐 11~12%의 고금리를 부담해야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리스크라는 지적이며, 국내 시장에서는 그나마 소화할 기관투자가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가를 찾을 수 있으나 DR발행이 실패한 현실에서 과연 후순위채라고 소화가 되겠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 일각에서 MOU 불이행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연말 BIS 10% 달성을 못하더라도 무리한 자본확충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연말 BIS 10%를 맞춰야 한다는 쪽에서는 1단계 은행산업 구조조정 직전의 악몽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97년말과 98년초 금융당국은 BIS 8% 달성에 연연하지 말고 거래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독려했는데, 이를 믿고 BIS비율 관리를 소홀히 했던 선발 시중은행들은 부실은행 판정을 받았고 곧이어 강제 합병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이 뒤따랐다.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나아가 두 은행의 선택이 만약 2단계 은행산업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이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 지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