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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15 20:18

‘습작’수준 뛰어넘는 계획된 시나리오

지난호(본지 10월 4일자) 본지가 보도한 ‘은행 전산시스템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금융권과 IT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이 문건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추진했는가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문건은 표제자체가 ‘출처미상’이라고 찍혀있을만큼 극도의 보안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를 만들었는지를 추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금융권 IT업계의 동향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보면 이 보고서의 내용만으로도 ‘심증’이 가는 인물 또는 조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선에서 그칠 수 밖에 없는 위험스런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문건의 내용이 개별 금융기관 또는 은행실무자선에서 작성한 ‘습작’수준을 휠씬 뛰어넘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보이지 않는 큰 손’이 개입됐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물론 일부는 금감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금감원이 이렇게 무모한 발상을 했다고 하는 것 도 선뜻 이해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문건이 그야말로 하나의 ‘은행 시스템구조개혁의 시나리오’일 뿐이며 현재시점에서 볼때 실제로 문건의 내용과 매칭되는 사례가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폐기된 시나리오’라는데는 모두 의견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 문건이 작성되는 시점에서 불과 5개월간이라는 시간적인 거리에서 산업은행이 호스트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개방형 유닉스시스템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있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이 시나리오의 적용을 받았다고하는 논리도 다분히 억지스러운데가 많다. 제 3자가 봤을때 개연성이 있어도 사실관계를 이어주는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은행권과 IT업계의 관심은 누가 이러한 문건을 작성했는가에 있기보단 과연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시스템간의 실체적인 장단점 비교가 없이 이러한 무모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없는 현재 금융권의 IT풍토에 있다.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메인프레임. 개방형의 잇점을 한껏 강조하는 유닉스시스템. 이 두 시스템 모두 아직까지는 숨길 수 없는 기술적인 장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 시스템밴더의 한 관계자는 “1분1초라도 시스템 장애가 염려된다면 메인프레임을 선택할 것이고 독재형, 폐쇄형, 시스템 밴더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유닉스기종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말 자체에도 다소 모순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소중한 선택은 사용자(금융기관)에 달렸다.

결국 이 문건은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비교적 솔직하게 언급한 부문도 있고 토털아웃소싱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유닉스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나리오상의 억지도 있다. 매끄럽지 못한 결론을 내긴 했지만 개방형시스템의 장점과 리스크매니지먼트시스템의 확충등 ‘정보화’은행을 지향하는 은행들에게는 숙고해볼만한 과제를 준것도 사실이다. 메인프레임을 신앙처럼 받들고 있는금융권 IT관계자들에게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전혀 근거없이 나온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박기록 기자 rock@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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